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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의 정확한 명칭은 "Nest Learning Thermostat" 이다.)


NEST 온도 조절기를 알게 되고, 예쁜 디자인에 끌려 집에 꼭 설치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0. 설치 가능성

지금 살고있는 집은 경동 가스보일러이고, 여러 선구자들의 게시물을 검색 해보면 어찌어찌 설치가 가능할 수도 있을것 같았지만 전세로 살고 있는 상황이라 수고를 들이기 귀찮았다.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되어 다시한번 Nest 설치의 꿈을 꾸게 되었고, 마침 이사를 갈 곳이 지역난방으로 일반 가스/기름 보일러보다 설치 난이도가 훨씬 쉬웠다.


지역난방은 온도제어기가 구동기에게 신호를 보내 난방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구동기만 제어할 수 있다면 매우 간단한 작업이다.


이번에 NEST 설치를 위해 공부 하면서 지역난방의 난방 방식과 구동기 라는 기기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간단히 설명 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역난방은 부근의 지역 난방 공사에서 계약된 지역으로 엄청 뜨거운 온수를 쏴주고, 그 물을 난방수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배관만 있다면 별도 보일러 설치가 필요 없다.


구동기는 위와 같이 전달된 온수를 우리 집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일종의 스위치 이다. 구동기를 열면 물이 들어오는거고, 구동기를 닫으면 물이 안들어오는 구조이다.


온도조절기는 현재 온도가 설정된 온도보다 낮으면 구동기를 열고, 그 반대면 구동기를 닫는 아주 심플한 역할을 한다. 



1. Nest 버전

NEST는 미국 버전과 유럽 버전이 있는데 나는 유럽 버전을 선택 했다.


미국 버전은 냉방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전압이 다르기 때문에 별로 릴레이를 구매하여 사용해야 하고,

유럽 버전은 냉방 컨트롤은 불가능 하지만 한국과 전압이 같고, 히트링크 라는 추가 구성품을 제공하여 설치가 좀 더 용이하다. (내 기준)


냉방은 내 실력으로 연동이 불가능할 것 같고, 전압 신경쓰기 싫고 히트링크로 무선연결도 할 수 있으니 그냥 유럽 버전으로 가보자 하여 유럽 버전을 선택했다.


2. 구동기

NEST 와 호환이 된다고 알려진 구동기는 하니웰사의 MC2000 제품과 지맨스사의 SSK21 이다. 둘 다 360도로 돌아가는 구동기이며 3선 방식이라 결선도를 보고 결선만 하면 된다.


결선도 참고


3. 설치기

일단 집 구조를 점검하였다. 다른집들과 비슷하게 싱크대 밑에 배관이 있었고, 각방 온도 조절장치를 통해 제어를 하는 듯 하였다. 각 방의 온도 제어기를 켜서 어느 구동기가 어느 방을 담당하는지 체크해봤다. 이상하게 남쪽 방 두개로 가는 배선과 구동기를 찾을 수 없었는데, 한 개 구동기가 여러개 방을 담당하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러면 안되었는데..)


일단 각방 제어 구조라면 선택을 해야 한다.

  1. 각방 제어를 포기하고 온도를 중앙(거실)에서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하여 거실에 NEST를 설치 한다.
  2. 각방 제어를 유지하면서 각 방 온도조절기를 모두 NEST 로 변경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장단점이 너무나 분명한데, 1번 방식은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방마다 온도 편차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2번 방식은 Nest 구매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집은 각방 제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Nest 를 총 다섯 대 구매해야 한다.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 하고 1번 방식으로 결정하여 Nest 를 한대만 구매 하였다. (2번 방식은 등짝 스매싱이 발생될 수 있다.)


영국 아마존에서 한국 직배송으로 주문 하였고, 배송까지 긴긴 시간을 기다렸다.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보일러 배관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 일단 중앙 컨트롤을 위한 배관 공사가 필요한데,
  • 를이 위해 배관공을 불러야 한다.
  • 배관공을 어떻게 불러야 하지?
  • 철물점에 이야기 하면 될까?
  • 배관 청소 하는 분을 불러서 청소와 함께 부탁 드려볼까?
  • 비용은 얼마나 나올까?
  • 귀찮고 비용 들어갈것 같으니 걍 거실만 바꿔야 겠다. 
  • 히트링크와 구동기는 어떻게 연결하지?
  • 온도 조절기는 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거야 와 같은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단 배관 교체는 배관공을 불러야 해서 귀찮으니 거실에만 설치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점검 하는 도중에 첫 번째 문제가 발견 되었는데, 바로 거실에 난방수를 보내는 구동기가 두 개 라는 점 이었다. 온도조절기 <-> 구동기가 1:1로 구성된 형태를 생각 했는데 얘는 온도조절기 한개와 구동기 두개의 조합이었다. 


히트 링크 하나와 구동기 두개를 병렬로 연결하면 안될까? 하여 이래저래 구글링 해보니 그럴 경우 구동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글을 발견하고는 좌절을 겪었다. 


결국 중앙 컨트롤로 가자 라고 다시 변경하고 배관공을 찾던 와중 두 번째 문제가 발견 되었다. 우리집은 난방 배관이 한 세트가 아니라는 점 이었다.


보통 싱크대 밑에만 배관을 두고 거기서 모든 구역으로 난방수를 보내게 되는데, 우리집은 난방수를 보내는 배관이 구석 침실쪽에 하나 더 구성되어 있었다.


아파트는 처음 살아봐서 이런 구조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기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싱크대의 배관세트와 남쪽 침실의 추가 배관세트)


이렇게 되면 거실만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 하고, 중앙에서 모든 난방을 제어하는것도 불가능해진다. 어떻게 거실만 설치 해볼까 해서 히트링크에 구동기 두개를 연결 해보려고 했는데, 세 번째 문제가 발견 된다.


나뉘어져 있는 배관세트에서 각각 거실로 난방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거실 온도 조절기 한 개가 구동기 세 개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것이었고, 그 제어 되는 구동기는 싱크대 밑에 두 개, 구석 침실쪽에 한 개 이렇게 따로따로 떨어져 있었다.


이 때 NEST 는 한국에 도착하여 세관 통과 중이었는데, 제품 수령의 기대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과장 조금 보태 절망적인 마음 이었다.


일단 이러한 구성에서 중앙 컨트롤은 불가능 하다. 한 곳에서만 제어를 하게 되면 다른 한 곳은 배관을 매번 열어두거나 매번 닫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실에 온도조절장치를 두 개 달고 운용 하는것도 너무 이상한 그림이 되고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했다.

  1. 한 개 방만 선택하여 Nest 를 설치한다.
  2. 미개봉 제품으로 중고나라에 판매한다.

게다가 이 때는 지맨스 SSK21이 호환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하니웰 MC2000 구동기를 따로 주문 해둔 상태였고, 마침 배송중이었다. 이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과 어떻게든 NEST 를 설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져 결국 서재방 에만 Nest 를 설치하기로 결정 하였다.


구동기 교체는 몽키스패너 하나로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었고, 다행히도 지맨스와 하니웰 구동기의 인서트 배관 사이즈도 맞았다. 설치 후 정상 구동 확인하였고, 이제 도배 마감만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투자하여 각방 온도제어기를 NEST 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이제 고민은 거실에 나뉘어져 있는 구동기 세 개를 하나의 NEST 온도제어기에서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차피 릴레이에 신호만 쏴주면 되니 히트링크 두 개를 하나의 온도 제어기에 연결 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일단 히트링크 두개를 구할 수가 없고, NEST 를 다시 구매 하자니 확인도 안된 내용에 너무 큰 투자인것 같아서 일단 보류 중이다.


미국향 NEST 에 릴레이 두개를 구매하여 비슷한 방식으로 시도 해볼까도 고민 해봤는데, 일단 당분간 온도조절엔 돈을 그만 쓰기로 하였다. 


나중에 안방에 Nest 를 설치할 생각이 든다면 그 때 거실에 히트링크 연결을 시도 해보고 다시 후기 남기겠다.



도움받은 블로그

https://blog.naver.com/fuls

나와 매우 비슷한 상황(지역난방에 유럽향) 이라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블로그에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서 몇 번 정독 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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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0. 22:21 Day by day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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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7살 체육관을 다닐 때의 기억이다. 체육관 재롱잔치에 참여하여 부모님, 친구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야 했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체육관을 빠졌었다. 결국 다음날 억지로 끌려간 체육관에선 선생님이 각목으로 내 배를 찌르며, 왜그러냐고 혼을 냈었다.

물론 이 기억 외에 밥솥 증기가 나오는 부분에 손바닥을 올렸다가 심하게 데이고 엄마에게 엄청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7살, 그러니까 체육관의 기억 이전 인지 이후 인지 알 수가 없으니 체육관의 기억이 처음이라고 믿는다.

일곱살 이전의 기억은 없으니 나의 온전한 삶은 일곱살부터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15년 쯤 뒤에 널 처음 만났고, 28년 째 되는 지금까지 너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억의 시작으로부터 1/3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너는 부모남매를 제외하고 나와 가장 긴 시간의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컵 안에 물이, 그 물이 그냥 물이라면 쏟아져도 마르길 기다리면 그만 이지만, 컵 안에 든 물이 물감 풀은 물이라면, 페인트 였다면 아무리 닦아내도 얼룩이 남기 마련이다. 나에게 투명한 물이었던 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진한 색으로 변해갔고, 그게 나의 마음에 쏟아져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않는 얼룩으로 남게 되었다.

넌 나에게 점점 더 진한 색이 되어 가고, 나도 너에게 조금씩 진한 색이 되어 간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에게 아주 진한 색이 되고, 그 색이 섞여서 마지막 말랐을 때 아주 예쁜 얼룩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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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9. 01:27 Day by day

실패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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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해본적이 없다. 뭘 모르는 꼬꼬마 시절엔 이러다 큰일 나는거 아닌가? 라는 막연한 걱정을 하곤 했지만 곧 정상화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구나 라는 상황에 학습되어 왔다. 


이런 과정을 7 년 정도 거치면서 난 뭐든 다 잘 될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걱정은 조금 있었지만, 잘 될 것이라는 큰 기대감이 있었다. 아직도 난 이게 실패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 상태지만 밖에서 볼 때 실패인 것 같다. 


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하지만 강했던 기대감은 날 조금 느슨하게 만들었다.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었고, 다른이의 실수를 최소화 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하였고 막았어야 했는데 막지 못했다. 


실패 경험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굳이 실패를 만들 필요까진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실패 경험이 있다는건, 그건 다시 얻기 쉽지 않을 값진 경험이다. 다시 한번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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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0. 23:23 Day by day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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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지 4년 7개월 되던 그 날, 0.8 정도일 줄 알았던 그녀의 시력이 0.2 정도 라는걸 처음 알았다. 


처음엔 시력이 0.8 정도는 될 거라 생각했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보인다고 말했기에 그냥 0.7~0.8 정도 되겠지. 라고 그냥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날 "나 시력 0.2야. 몰랐어??" 라는 말을 들었다. 깜짝 놀라며 다시 한번 되묻고는 꼭 안경을 쓰고 다니라고 했다.


오 년 이상 한 사람을 만나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안다는게 쉽지않다. 정말로 잘 알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잘 안다고 생각하고 멋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꽤 많은 것들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거다. 늘 이렇게 방심할 때 당한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아주 작은 시발점이 아닐까 한다. 50 년을 함께 살아도 상대가 오징어 몸통을 좋아하는지, 오징어 다리를 좋아하는지 모르는게 남녀사이 이다.


너무나 명확해서 절대로 그것일 것 같은 일들도 사실이 아닐때가 있다. 그러니 억측하지말고 좋을대로 생각하지 말자. 상대방에 대해 모든것을 알 필요도 없고,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관심은 놓지말자. 비록 작은 관심일지라도.



처음엔 그 사람이 빨간색인줄 알고 좋아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사람은 파란색이었다. 전혀 다른 색을 갖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잠시 주춤했지만 좀 더 알고보니 그녀는 흰색이었다. 사실 그녀를 정의하는 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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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8. 10:33 Deep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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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에게서 죽음보다는 귀여움을 보았던, 80년대 초에 태어난 나는 어쩌면 넥스트를 좋아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을수도 있다.


요즈음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조금 다르다. 주변인의 죽음은 10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유일했으나, 그 때조차 죽음은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나는 슬퍼했다. 감정의 소모가 심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는 외면했다. 


2014년은 너무 많은 죽음을 접한 해이다. 그럼에도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경주 리조트가 무너졌을 때에는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세월호는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판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사고난 사람들과 어딘가에서 한번쯤 스쳤을법 했기 때문인지 나는 다시 힘들어졌다. 그리고 신해철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심장 이상이니, 패혈증이니 아무일도 아니었을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중학생인 나에게 무한궤도 라는 그룹은 생소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밴드부 에서는 넥스트 노래들을 연주했다. 신해철은 거만한 사람으로 보였고, 그의 노래는 단지 노래방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일 뿐이었다. 무한궤도는 잘 몰랐고, 밴드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그는 단지 콘텐츠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오래 살았었으면 했다. 적어도 이렇게 허무하게는 아니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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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8. 11:12 Day by day

쉽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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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쉽게 살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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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혀가 너무 아팠다. 잘 때, 입을 꽉 다물면서 혀에 너무 많은 힘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 혀가 느껴졌고, 이 혀가 내 입안을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 때 혀가 내 입에 비해서 너무 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문득 내 혀가 낯설어졌다.


잠시동안 내 혀가 날 질식시키지 않을까 불안했다. 불안함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의식한다는건 이렇듯 낯설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 불안하게 만든다. 


의식하게 되면, 그 순간 낯설어진다. 그랬던거 같다.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되어 있었는데, 내가 나를 의식하는 순간 내가, 주변이, 주변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낯선 감정은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생각은 몇 개월간 내 주변을 떠나지 않고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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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직면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부류이다. 그 부류는 문제를 만든 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같은 경우, 그리고 문제를 만든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로 나뉜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그걸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닌게 된다. 하지만 문제를 만든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이건 이제 진짜 문제가 된다.


상당히 큰 문제를 만들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고, 이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였다. 돈으로는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나는 이번 문제가 잘 해결 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말이다. 물론 만에 하나 이번 문제로 인해서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겠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있기때문에 서비스가 망하는 일은 없을거라 확신한다.


나는 한 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극복할만 했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문제는, 상당히 답답하다. 이번 경험에서 얻은 건, 나중에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문제를 만든 사람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이다. 


보통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팩트에만 집중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처리 했는가?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궁금해 하며, 처리 과정을 바라본다. 하지만 주변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되었는지 배경을 찾아보고, 또 가급적이면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해결 과정에 참여 할 수 없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 오고가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확실하게 주지시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책임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을 알기 전까지 조급해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하려 한다. 문제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끝까지 해결 하는 것이다. 가장 현명하게 책임 지는 방식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을 저지르는건 실무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권한이 그리 많지 않다.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만 많거나 조금 작은 책임이 있을 뿐, 그것에 대해서 깊이 관여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책임이 있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너한테 무슨 책임이 있냐(너 정도는 아직 책임을 질 권한조차 없다)" 라는 생각이, 나는 잘못된 생각임을 이번 상황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책임 이라는 것은 마음의 짐을 포함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 그러니 대부분을 네가 수습해야 할 것이다. 다만 네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한 너의 동료들이 도와줄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가지 정보들은 대부분을 공유 해주겠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동료를 믿고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가져라. 원인은 너에게 있지만 주변 상황이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음을 알고 있다. 너와 책임을 공유할 사람들은 첫번째로, 너와 함께 일을 진행한 실무자와 관리자이며, 두번째로는 너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 상사들을 포함한 너의 동료 들이다. 당황하지 말고, 주변상황을 잘 살피면서 수습하는 일을 진행 할 때에는 최대한 협조하고, 실수가 없도록 해라.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 하지만 책임은 너에게만 있는게 아니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당사자 에게는 마음의 케어가 필요하다. 사실 나는 정신력이 굉장히 약해서 아주 작은 일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타입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은 조금만 신경 써줘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과거에 이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현재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생각난다. 앞으로 이런 상황에 처할 사람은 가급적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작은 일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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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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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뭐하러 하노?

- 법륜스님

- 정토출판


웹서핑중 가끔 상담 이야기가 보이곤 하는데, 상담 해주는 분은 직업이 스님이다. 질문과 답변을 한문장 한문장 읽다보면 상담내공이 정말 대단하구나 라고 느낀다. 게다가 즉문즉답이다. 질문을 듣고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기회가 된다면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 스님의 법명은 법륜 이었고, 그 상담 내용이 책으로도 이미 몇 권 나와있다. 이 책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고, 스님이 했던 주례사이다. 아마 몇몇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이미 봤을 수도 있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기를 갖게된다면 

굳이 나누자면 총 세가지 주제로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내가 뭔가를 이야기 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리 없으니 긴 말을 하지는 않겠다.


이 책을 한권 읽는다고해서 곧바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수는 없을거다. 다만 이런 글을 읽게되는 것을 계기로 하여 서로에 대한 마음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며, 먼길을 가면서 잃을 수도 있는 길에 대한 길잡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1년, 3년, 5년, 10년, 20년. 한번씩 읽어보면 그 때 마다 느끼는 생각이 다르지 않을까 한다.


도쿄 공원

- 쇼지 유키야 저 / 김성기 역

- 21세기 북스


아내를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던 낯선 남자와 그 이상한 부탁을 들어준 청년. 이 청년의성격에 따라서 이 소설의 장르가 결정될거 같았다. 


약간은 코믹적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가 그려질줄 알았는데, 굉장히 감성적인 드라마가 되었다. 일본소설은 번역서이라서 그런가 특이한 분위기가 있다. 단순히 외서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가족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특이하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고.


이상한 의뢰를 수락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주인공의 여자관계. 전혀 상관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크고작은 영향을 끼치고, 결국 다들 한단계씩 성장한다.


공원 이라는 곳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특별한 곳이 되어가는거 같다. 최근 나도 공원을 자주 가고 있다. 날이 좋은 탓도 있지만 공원에 가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찍을 수 있는 피사체도 많 있어 좋다. 젊은 남성, 젊은 여성, 아이, 부부, 할머니, 할아버지, 중년남성, 중년여성,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 주변풍경. 모두들 아주 좋은 모델들이다. 


작년 도쿄를 갔을 때, 공원에 못가본게 지금 많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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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5. 13:47 Day by day

이사일기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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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사를 마쳤다. 집 계약이 일단락 되고나니 이제 남은건 이사였다. 내 평생 총 10번째 이사이다. 이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웬만하면 집을 옮기지 않으려 했는데, 전에 살던집이 전체적으로 너무 비호감이라 이사를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포장이사는 돈이 너무 들어가는거 같아서 매번 직접 짐을 싸고 용달차만 불러서 이사를 했었다. 예전에 지인분 블로그에서 예스2404 이사 후기를 봤었다. 이사업체를 추천한 글 이었는데, 주변에 이사 후기를 들어보면 불만 투성이에 업체와 싸운 이야기만 접했던 터라 신기하기도 했고, 의심이 들기도 했다.

여기서 첫번째 고민이 들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분이 알바일리도 없으니 나도 한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후기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죄다 칭찬일색인 후기들이었다. 상식적으로 후기에 칭찬만 있는게 말이 안되지 않는가. 여기서 두번째 고민을 했는데, 역시나 대안이 없었던지라 일단 견적신청을 했다.

이왕이면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베스트 팀이나 명예의전당 팀으로 신청하고 싶었지만 나같이 소형이사를 하는 사람들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두세팀 추천해주길래 제일 괜찮아보이는 팀으로 선택하였다.

견적을 내러 오셨다. 슬쩍 둘러보시더니 사다리차만 부르면 될 듯 하다고 하시고 대략적인 금액을 말씀 해주셨다. 기존에 하던 이사비용에 비해서 20만원 정도 더 들어가는것 같았지만 그 정도면 할만하다 생각해서 계약 체결 하였다.

포장이사는 처음이었던지라 뭘 어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이사 전날 전화를 했다. 준비할게 따로 없을지 문의드리니, 그냥 귀중품만 챙기고 아무것도 할게 없다고 하셨다. 하나도 포장되지 않은 집안 살림을 보면서 약간 이상한 기분과 함께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곱시에 일어나서 혹시나 하는 걱정에 컴퓨터와 엠프, 스피커 선을 분리해놨다. 세탁기 물을 빼놔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세탁기 호스도 분리하고 물도 빼놨다. 8시가 되어서 이사를 시작하는데, 두 분이 오셔서 한분은 주방과 욕실을, 한분은 나머지 부분을 맡아서 차곡차곡 짐을 싸셨다. 

잔금 받고, 잔금치루고, 여러가지 공과금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짐 정리가 거의 끝났다. 이전 집에서 이사 준비를 했을 때에는 짐싸는 것만 꼬박 하루 정도 걸린거 같았는데, 두시간도 안걸린거 같아 왠지 조금 허탈함도 있었다. 

책이 많아서 포장이나 운반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니 없어보였다. 솔직히 신경을 못써서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만 이사온 뒤에 정리된 책들을 보니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 배치를 다 기억하고 계셨던걸까 아니면 특별한 짐싸기 방법이 있으신걸까. 이사 전에 있었던 책 배치와 거의 비슷하게 다시 배치해주셨다.

택배로 주문한 헹거가 도착하지 않아서 옷들을 제대로 걸지 못한게 아쉬웠지만 그 외에 큰 어려움 없이 이사를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큰 일이었는데 이사짐에 대해서는 신경을 하나도 안써도 된다는 것 덕분에 이사가 작은 일로 줄어들었다.

원하는 곳에 못도 박아주시고 욕실에 선반도 설치 해주셔서 여러모로 편한 이사였다. 이사는 가능하면 다시 하고싶지 않지만 내 집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이사를 계기로 다음번 이사가 있을 때에도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세탁기 호스 연결이 제대로 안되어 물이 사방팔방으로 튀었었다. 호스는 꽉 조여주셨었는데, 아무래도 수도꼭지에 깊게 박히지 않은 듯 하였다. 세탁기도 수평이 안맞아서 수평 맞추는 작업을 하는데 조금 애먹었었다. 이 정도는 전체 이사에 비하면 애교수준이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 일.

그 외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능하면 소형이사라고 하더라도 도우미 아주머니도 함께 부르는게 나을듯하다. 식기도 하나하나 에어캡에 싸서 잘 챙겨주시고, 욕실용품 또한 잘 챙겨주셨지만, 아무래도 여자손과 남자손이 다른 부분이 있기에.

혼자 했으면 오늘 하루도 짐 풀고 정리하느라 하루 다 보냈을거 같다. 토요일에 이사해서 일요일을 집 꾸미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니, 전반적으로 괜찮은 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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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 미야베 미유키 저/박영난 역
- 시아출판사

뱀이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까지 허물을 벗는 이유는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란다. 다리가 있건 없건 뱀은 뱀인데. 여기 다리가 있게 보이는 거울을 팔아먹는 뱀도 있는거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싶어 하는 뱀도 있는거고.
-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본문 내용.

여자의 시각이 궁금하다. 비록 실제적으로 등장한 비중은 매우 작지만,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 그녀의 시각에서 바라본 화차는 어떤 내용일까. 

첫번째 쇼코와 두번째 쇼코. 그녀들의 시선이 너무 궁금하다.


레슬리의 비밀일기
- 앨런 스트래튼
- 한길사

청소년 성장소설 이라고만 하기에는 그리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미국의 십대 여자아이들에게 어떤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고 쓴 책이 아닐까 한다. 나도 나중에 혹시나 딸이 생긴다면 초등학교 다닐 시기 즈음에 읽혀주고 싶다. (엄마와 함께!!)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일기는 중요하다. 직장인들도,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느끼면 그날은 바로 일기를 쓰도록 하자. 우리 모두 일기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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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8. 15:43 Day by day

신입사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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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되는 질문을 꽤 많이 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지원자를 처음 보고 했던 말이다. 괜찮으니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면접실의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은 주눅들어 있었다. 물론 그 속에는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있었던거 같다.

길지않은 면접이 끝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가 되었다. 뒤에 기다리고 있던 몇몇 면접대기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이미 그 지원자와 함께 할 많은 일들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


1.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콕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우선 강아지를 키운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마리의 강아지와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고 했다. 네 마리나 되는 동물과 한 집에 사는건, 그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 한 일이라 생각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들은 없다. 거의.

2.
흡연을 하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것으로 당락을 결정짓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어 금방 생각을 그만두었다. 내가 마누라도 아니고 말이다. 입사 후에 흡연량을 줄여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오해는 없길 바란다.

3.
면접을 보기 전에 스토킹을 조금 해봤다.(나만 이러는거 아니지?) 지원자가 번역해놓은 문서들을 보면서 이걸 어따 써먹을지 생각해봤다. 파트원들에게 기술문서를 좀 더 빠르게 알릴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지원자가 만든 게임과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어따 써먹을지 생각해봤다. 금방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걸 꼭 어디 써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필요한건 결과물이 아니니.

4.
그림을 그리는게 특기였는지 취미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취미든 특기든 딱히 중요하진 않은거 같다. 그림 그린거 몇 개를 보니 어쨌든 뭐가 되든 상관없어 보였다. 그게 뭔지 남들이 알아볼 수 있으면 잘하는 거 아닌가.

5.
나보다 세살이 어리다. 그런데, 나보다 다섯살 어린 와이프가 있다. 딱히 부럽다고 하는건 아니다.(정말) 조금 안돼 보이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 나중에 애를 낳게 된다면 내 애보다 나이는 어렸으면 한다. (참고로 나는 아직 결혼을 안했고, 추후 결혼 후 2년 뒤에 애를 가질 계획이다.)

6.
도시락을 안싸온다. 한식요리사 자격증은 워크샵 가서 쓰려고 딴듯 하다. 요리하는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설마 일년에 두세 번 있는 자리에서까지 안할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워크샵을 가서 갈비찜이나 잡채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이 될 거 같다.

7.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언젠가는 자연스레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계단위에 서 있는 사람은 스스로 움직여야만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건 뭘까.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뛰는 것? 아니다. 본인이 계단위에 서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로가 지나고서도 계속해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 즈음해서 처음 본 태규씨는 동지가 지나서야 다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사람인 만큼 창밖의 전경색이 푸른색에서 검은색이 될 때 까지의 황금같은 내 주말의 오후 시간을 투자한다. 

꽤 어색하고 낯간지럽지만 한달만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입사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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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8. 23:05 Review/Book

촌마게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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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푸딩.

Jin 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드라마인데, 아마 만화가 원작이었나 그랬을거다. 현대에서 의술을 배운 의사가 일본의 에도시대 (약 1800년대 후반)로 시간이동을 당해 거기서 벌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촌마게푸딩 역시 시간이동과 에도시대의 설정은 동일하다. 다만 무대가 되는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에도시대에 살던 사무라이가 현시대로 넘어와 벌어지는 일 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들은 열정, 에도시대, 시간이동 이런거 정말 좋아하는거 같다.)

내가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푸딩이나 양과자 같은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엔 조금 거북함이 있었는데, 작가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아닐까.

시간이동, 에도시대, 사무라이를 빼면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싱글맘은 힘들다. 하지만 애를 돌봐줄 사람만 있다면 싱글맘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애를 잘 키우고 싶다면 일로서의 성공은 포기해라. 애 잘키우는게 성공하는거 아니겠느냐?

작가 나름대로도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겠지만, 좀 말하고자 하는게 뒤섞이지 않았는가 한다. 물론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볼 책은 아니다. 즐기기엔 충분히 재미있다.

책을 읽자마자 영화를 봤는데, 10분 보다 꺼버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또 뻔히 보여주는거 같아서 그랬던것 같다. 일본에는 2 권도 나왔다고 하는데, 1 권의 마무리를 생각해보면 2권은 1권의 인기에 힘입어 억지로 써진게 아닐까 생각된다. 1 권에서의 마무리를 2 권 에서 어떻게 연결시킬지 궁금하다. 너무 억지 설정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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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드니 로베르,베로니카 자라쇼비치 인터뷰/레미 말랭그레 삽화/강주헌 역
- 시대의창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보려고 가져간 책. 촘스키가 쓴 책이 아니고, 촘스키를 인터뷰 한 내용의 책이다. 촘스키는 이름만 들어봤지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이 사람을 단지 언어학자로만 알고 있다면, 그의 다른 모습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10년정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의 시각은 지금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가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뭘 하고 있는걸까.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 조동섭 역
- 밝은세상

하고싶은 것을 할 시간은 있지만 그걸 할 돈이 없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하고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이 딜레마를 극복한 남자가 있다. 먹고 살만한 고정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하고싶었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남자. 물론 그 남자가 여기까지 떠밀리기 위해서 생긴 불행한 일들을 너무 많이가지 친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의 중반까지만 본다면 어쨌든 이 사람은 완벽한 자유를 얻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끝을 보기 전엔 덮을 수 없다고 하여 차마 읽기 꺼려졌던 책. 과장된 말은 아니었다.

우리는 하고싶은 일에 대한 갈망을 하지만, 정작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에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 그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촌마게 푸딩
- 아라키 겐 저/오유리 역
- 좋은세상

Jin 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드라마인데, 아마 만화가 원작이었나 그랬을거다. 현대에서 의술을 배운 의사가 일본의 에도시대 (약 1800년대 후반)로 시간이동을 당해 거기서 벌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촌마게푸딩 역시 시간이동과 에도시대의 설정은 동일하다. 다만 무대가 되는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에도시대에 살던 사무라이가 현시대로 넘어와 벌어지는 일 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들은 열정, 에도시대, 시간이동 이런거 정말 좋아하는거 같다.)

내가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푸딩이나 양과자 같은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엔 조금 거북함이 있었는데, 작가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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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정리해보는 시간.

2011년
페이스를 잃지 않는 독서 (약 한 달에 두세 권)
- 한달에 두세 권 이면 24~36권인데, 그냥 30권 이라고 하자. 그럼 두달에 다섯권 인데, 이 정도는 읽은 듯 하다. 8월 부터는 읽은 책을 기록해왔는데, 13권 정도 된다. 읽다가 중간에 버린 책도 두세권 정도 되니, 일년에 30권 정도는 읽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이게 중요한건 아니다.
 
독후감 (읽은 책의 80%정도)
- 정작 중요한건 이건데, 내 블로그를 되돌아보니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2011년에 30권의 책을 읽었다면 24권 정도는 독후감을 써야 했는데, 한개도, 한개도 안썼다. 물론 쓰다가 작성중인 글로 둔 글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완성이 안되고 나서야 썼다고 할 수 없으니 이거 뭔가 책을 읽어도 읽지않은게 되어버린 기분이다.
 
에세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 에세이라니. 그냥 일상을 조금 공들여서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달에 한번은 좀 그렇고, 3개월에 한개 정도는 쓴 듯. 
 
세금공부 (연말정산 내 힘으로)
- 물론 연말정산이야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걸 챙겨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프리라이더를 읽으면서 세금의 불합리함에 대해서 조금 공감하게 되었지만,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자영업을 하거나, 부동산&주식같은 재산이 없는 이상 세금공부 해봐야 소용없다는것만 조금 알게되었다.
 
안드로이드 공부 (웹을 벗어나보자)
- 안드로이드는 말고, iOS 쪽을 조금 공부하긴 했는데,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거나, 아니면 생계와 관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물론 이건 핑계고 올해는 꼭 새로운 언어를 공부 할거다.


2012년
책읽기
- 늘 새해마다 생각하는 일 중 하나. 재작년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부터 독서량이 부쩍 줄었다. 줄어든 독서량을 회복하기가 1차 목표. 그 외에 이와 연관된 것들이라면 [읽을책만 사기, 대량으로 한꺼번에 사지 말기, 제목에 홀려서 사지말기, 이미 구입한 책 중 안읽은 책 빨리 읽기] 정도. 몇 개월 전부터 시작한 1만 페이지 읽기를 완료하기와 함께 책읽기 목표를 설정. 문장력을 늘리고, 지식을 흡수 하는 것이 목적.
세부 전술
-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버릇부터 빨리 고칠 필요가 있음.
- 도서포인트(3개월 10만원) 이상의 도서는 가급적 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 확실하지 않은 책은 꼭 서점가서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해보고 구입.
- 읽자마자 1만페이지 엑셀 파일에 등록.
- 한달에 한번 안읽은 책 정리하여 도서목록 리스트업.
- 가급적이면 교양도서는 주관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자.
- 소설책은 입체감을 느끼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읽으려고 노력하자.


독후감쓰기
- 독후감을 안 쓰는 책은 읽은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올 해는 꼭 감상문 짧게라도 남기기. 굳이 길게 쓰지 않더라도 책에 대한 느낌을 남기는 정도라면 충분할거라는 생각으로 올해는 100%를 목표로 진행. 마찬가지로 문장력을 늘리고, 느낀 점을 까먹지 않게 하기 위함이 목적
세부 전술
- 읽은 다음 바로 1만페이지 읽기 엑셀 페이지에 등록.
- 블로그에 제목과 저자와 출판사와 함께 간단한 소감 남기기.
- 괜찮은 책이라면 추후에라도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미리 준비 해둔다.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
- 파일럿 프로젝트를 3개월 정도에 한번씩 진행하는 것으로 목표.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기록하고 기획을 추가하여 진행해보자. 안드로이드 및 iOS 공부의 실패를 돌아보면 무작정 새로운 플랫폼을 기초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웹에서 시작하여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하여 진행. 현업에 관련된 프로그래밍 언어의 내공 향상을 위함이고, 아는 것의 풀을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데, 이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함이 목적.  
세부 전술
- 가급적이면 꼭 3개월에 한번씩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자.
- 너무 새로운 언어에 집착 하지는 말자.
- 익숙한 것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변화를 주자
- 주력 언어에 대한 깊이있는 내공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
- 프로젝트는 이전에 진행한 내용과 기술적으로 많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해보자.
- 도서 한권을 선정하여 3개월간 개인적인 스터디를 진행해도 인정


외국어공부
- 영어이든 일어이든. 영어는 기술문서를 좀 더 편하게 보기 위함이 목적. 일어는 그나마 재미있고, 조금 알고, 드라마등을 통해서 말하고 듣는데에 조금 편하기에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 하지만 딱히 이걸 배워서 뭘 해야지 하는 마음은 없음. 특별한 목적은 없지만, 이로 인해서 일본 방송등을 자막없이 볼 수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
세부 전술
- 외국어 지원을 적극 활용하여 온라인 강좌부터 시작하자.
- 일어/영어 하나를 정해두고 6개월에서 1년동안 꾸준히 들어보자.
- 가급적이면 6개월 이후부터 전화영어/일어(이것도 있나?)를 활용
- 하루 한번 전철역에서 영어 스크립트 A4 한장 정도 읽어보자.


이 외에도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공부를 하고 싶은데, 올 해에도 도저히 지켜지지 않을 듯 하여 목표 설정 하는 것은 포기. 하지만 악기나 그림공부를 거창하기 생각하지 말고, 작게 시도해보려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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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에는 한RSS를 썼다. 일 년인가 이 년인가 쓰다가 구글리더로 옮겼다. 한RSS에 등록하고 정리해놓은 항목들을 옮기는데 적지않은 시간을 소비했지만, 구글리더의 공유 기능 때문에 옮겼다.

리더로 쭉 읽다가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메모도 남길 수 있고, Buzz 에서 날 follow 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글을 공유할 수 있었다. 물론 공유항목 내에서 검색도 매우 쉬웠고 말이다.

얼마전 구글리더 개편에서 이 공유 기능이 빠졌다. Google+ 와의 통합 작업을 거친다고 했는데, 아마도 공유기능이 가장 큰 화두였나보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 기능이 빠진것이 (구글+로 옮겨 간것이) 매우 불편하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공유한 글만 검색하려고 안되고, 공유한 항목만 쭉 읽는 것도 안된다.

결국 공유 버튼을 누르던 것을 별표항목으로 만드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별표 표시르 기능을 대체하게 되면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리더 밖에서의 글을 공유할 수 없다는거다.

다음과 같은 내 웹서핑 패턴이 더이상 불가능 하게 되었다.
서핑->좋은글 발견->리더공유(크롬플러그인)->추후에 공유항목에서 다시 확인.
더이상 구글리더에 글들을 모아놓고 즐길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이럴 때, 플랫폼을 옮기거나 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 Read it later 같은 서비스를 대체로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접근성이 워낙 떨어져서 자주 손이 안가게 된다. 이래서는 의미가 없다.

쭉 훑어 내려가면서 지금이 몇 개째 인지 알려주던 기능도 사라졌다. 아 정말이지 이번 개편은 구글리더를 떠나고 싶게 만든 개편이다.

+1도 그렇고, 구글+도 그렇고 다 삽질같다. 이런 상황이 신생 서비스가 치고 올라올 기회가 아닐까 싶다. (나 같은 사용자를 만족시킬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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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퇴근길, 가끔 새벽녘 컴퓨터앞, 아니면 그냥 가끔 산책길. 네가 날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른 가장 최근의 네 모습을, 조금 구체적으로 그려본다면. 

날 발견한 너는 상체만 약간 왼쪽으로 기울인 차렷 자세로 서 있었고, 무릎 살짝 아래까지 내려오는 초록색 천으로 만들어진 타이트한 치마를 입었어. 그리고 정말 편해보이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양말은 신지 않은 채로 225~230 사이즈로 보이는 분홍색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 날 바라보는 눈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입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 남자들 기준의 전형적인 마른몸이었고, 어깨 살짝 아래부분까지 내려오던 생머리는 묶었었는지 풀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네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내 팔을 두르고 조금 힘을 주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내 몸으로 착 감겨들어오는 네 몸. 물론 너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런 편안한 자세로 너와 함께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네 발가락을 보게된다. 양말을 신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데, 누가 삼선슬리퍼에 양말을 신겠느냐마는 양말을 신지 않았을 때의 너의 발가락은 너무 귀엽다. 삼선슬리퍼를 뚫을 기세로 돌출되어 있는, 가지런히 모아지지 않는 너의 발가락. 여기서 가장 최고는 그 모습을 나에게 들킨 것을 부끄러워 하며 발가락을 오므리는 네 모습이다.

이런, 전체적인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건 귀여움.

이런 네 모습이 가끔만 생각 난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매일 생각난다면 특별함이 사라져 버리니까, 가끔 이라는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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