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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도 2월생과 3월 생에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 그 이상의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빠른" 이라는 개념이 그것인데, 한달로 생기는 이 빠른이라는 차이가 결정짓는 인생의 요소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2월생과 3월생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1월 2월에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혜택" 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이 있고 또, 4월생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노력(?) 으로 한학년 일찍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음력을 이용해서 말이다.

'일년을 이익보자.' 라는 생각이 우리의 부모님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웃라이어(OUTLIERS)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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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 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프로하키선수가 되려거든 1월달에 태어나라." (사실 정확히 이런 이야기를 한것은 아니지만 요약하자면 말이다.)

10살의 아이를 놓고 신체적 비교를 해보면 같은해 1월생은 12월생보다 신체적으로 발달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프로 하키선수들의 생일들을 모두 찾아 비교해보고, 그 지역의 주니어 하키선수들의 생일을 찾아 표로 만들어 제시했다.

이는 비단 하키선수들의 체력비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서 "아웃라이어" 에 따르면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의 성적이 하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의 그것보다 최대 12%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고 한다.

이 학업성취도와 관련한 내용은 유치원시기부터 밀접한 연관성을 맺는데 몇 개월 앞서 태어난 아이는 좀 더 듣고, 좀 더 보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좀 더 많기 때문에 익숙함에 있어서 뒤늦게 태어난 아이들을 앞선다. 여기서 교사들은 익숙해서 잘 하는 것과 정말 똑똑해서 잘 하는 것을 혼동하게 되는데,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는 잘하는 아이를 좀 더 똑똑하고, 우수한 아이로 평가한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교육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고, 이는 곧 우열반으로 가려져 잘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이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진다.이는 피그말리온 효과와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볼수 있다.

"아웃라이어" 에서는  "있는자는 더 풍족하게 되고, 없는자는 더 빼앗기리라." 라고 이야기 하고 이를 마태복음 효과라  이야기 한다.

다시 1983년도 2월생과 3월생의 차이로 돌아가보자. 학업성취능력 또한 인생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정말 큰 차이 중 하나가 대한민국에 있다. 바로 대학진학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응시해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시험이다. 실제로 83년도에 태어난 학생들이 응시한 01년도(02학번)의 시험과 83년 빠른 학생들이 응시한 00년도(01학번)의 시험의 난이도 차이는 실제로 엄청났다. (참고자료 링크)

01년도와 02년도 모두 난이도 조절이 실패한 대표적 수능으로 꼽고 있는데 그 이유가 01년도는 너무 쉬워서, 02년도는 너무 어려워서이니 그 사이의 공백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02년도 수능 응시자들은 생각보다 낮게 나온 점수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대학교에 하양지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이 쉽고 어렵고의 차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상위 20% 하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60%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시험 난이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로, 시험이 어려울 경우 조금 유리하고, 시험이 쉬울 경우엔 조금 불리하다. 이 중간 계층들은 대부분이 실수가 잦고, 광범위한 범위와 기본 개념이 약하다. 때문에 차라리 어려운 편이 상위권 학생들과 조금이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때문에 01년도 수능 응시생들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손해를 보았고, 02년도의 수능 응시생들은 01년도에 비해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이득을 보았다.

01년도에 수능시험에 응시한 학생들 중 빠른 83년도 생이 있다면, 이 학생들은 환경조건 때문에 60%의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빠른" 이 아닌 정상적인 계단을 밟아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같은해의 후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서 여러가지 면에서 좀 더 혜택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여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빠른" 아이들은 과연 일년을 이득 본 것이었을까?

"아웃라이어" 에서는 이와 같은 마태복음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환경에 영향을 받아 천재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 반대로 천재이면서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마태복음효과가 궁금하고, 두 천재의 전혀 다른 길이 궁금하고,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따위가 궁금하다면 한번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책을 읽기 시직하는 것이 당신 성공의 시작일지 혹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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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단 책뿐만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다. 꼭 누군가에게 무엇을 추천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면, 그리고 책을 집어들었다면,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책을 덮지 않으면, 내일 아침 이불 속에서 분명 후회하게 될 텐데......' 라는 단지 예상이 아닌, 너무나도 확실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계속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별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재미다. 확실히 재미있다. 이 책은.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음악을 들을 때 헤비메탈을 듣지 않는 것처럼, 책을 볼 때 판타지를 읽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은 이라는 생소한 작가와 이 책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생각하면 내가 이 책의 책장을 펼치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신뢰하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던 탓 일거라.

마지막 장을 덮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감정 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과, 그 바옐의 뒤를 좇으며 피아노를 치는 또 다른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트리스탄.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아니다. '꽤' 정도의 부사로는 안되겠다.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또 '흥미롭다.' 정도의 형용사로도 안되겠다. 정말 "흥분된다."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말 흥분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피아노 숲" 이라는 만화가 있다. 이찌노세 카이 라는 천재가 등장하고, 그를 동경하는 수재 아마미야 슈헤이 라는 인물 둘이 등장한다. 슈헤이의 시기와 질투, 흠모와 동경은 마치 고요의 그것과 흡사하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버텨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사람에게는 천재와 경쟁하는 것이 자신의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그 결과는 참담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몇몇 천재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노력하는 천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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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천재 고요는 천재 바옐을 좇고 있었다. 아니 좇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쫓고 있었다. 쫓기는 바옐은 고요가 무서워서 더욱 무섭게 달려간다. 이 두 천재의 무서운 집념은 마치 끝을 모르는 마라톤 시합과 같다. 마라톤을 보고 있는 것은 지루하지만, 이 둘의 전쟁을 보는 것은 즐겁다.

부러웠다. 천재를 쫓을 수 있는 집념, 노력 그리고 재능이. 내가 내 분야의 천재를 만났더라면 난 과연 그를 알아볼 수나 있었을까. 이런 내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천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아니, 나는 비겁하게 경쟁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 당연하므로, 만약 만났다 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분명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구리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공평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자. 삶이 다 할 때까지 은수저의 색이 검게 변하지 않고, 본연의 색을 유지하는 것은 구리수저의 그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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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백색의 출렁임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눈이 멀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주변인들에게 전염되었다. 이 연쇄적인 반응은 매우 빨랐고, 오래 지속되었다. 급기야 국가에서는 눈이 멀게된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가두었고, 이들이 나올수 없도록 군부대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살 방법을 찾았고, 그러지 못한 자들은 죽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정신병원을 빠져나오게 되었으나, 세상은 모두 눈 멀어 있었다.단 한사람만 제외하고. 그리고 이야기가 계속된다.

완전한 흑색의 어둠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어둠속의 대a화를 경험하고 일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두근거린다. 청각과 촉감만을 의지한채로 앞을 나아갔다. 난간을 잡고 걷지 않으면 한발 내딛기도 힘들었던 상황. 눈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단지 소리에 의존해서 앞을 나아가야 했다. 그 때 느낄 수 있었던 타인의 감촉,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사회관념을 느슨하게 만들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여기에는, 백색의 어둠을 경험한 이름없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도우미 없이, 난간없이, 밧줄 없이는 한발 떼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이 상황이 영원할 거라는 절망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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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읽고싶은 책들은 많이 있지만, 그런 책들이 내 손에 들어오는건 매우 흔치않은 일이다. 우선 이 책은 읽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우선은 두꺼운 양이 그 첫째 이유였고, 읽기 어려운 문단구성이 그 둘째 이유였다. 구입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고이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은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이었다.

일주일 동안 피곤했다. '오늘은 꼭 12시에 잠을 자야지.' 라는 다짐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졌고, 지금 안자면 출근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때 어쩔수 없이 책을 덮었다.

이 책은 약간 흥미있다가, 적당히 야해지고, 마지막엔  매우 참기 힘들어진다. 참고로, 참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야한것" 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






덧. 어둠속의 대화는 정말 인상깊었던 전시이다. 2만원이라는 입장료가 부담되었던 것은 단지 표를 구매할 때 뿐이었다(그나마도 내가 구매한것도 아니지만). 작년 두번의 전시를 성공리에 마치고, 올해 3번째 전시를 진행하였지만, 내년까지 예정되었던 전시가 8월30일을 끝으로 조기종영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3차 전시가 진행중이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한번 더 다녀왔을텐데. 언젠가 독일이나 일본에 나갈일이 생긴다면 꼭 상설전시장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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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대학시절 사업 이라는 것을 해봤다. 경영과 회계, 개발 업무와 같은 일들을 보고, 또는 직접 해보고 나서야 얼마나 이것들이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비록 소규모에 커다란 매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폐업신고 하지 않고, 버텨왔다는 것이 서로서로에게 대견했고, 뿌듯했다.

모든 대학생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대학원을 가야 할지, 작은 기업에 취업하여 경력을 쌓을 것인지, 아니면 취업재수를 하여 원하는 기업을 위해 노력을 할지.' 와 같은 중요해 보이지만 사소하게 결정되는 이런 고민들. 적어도 내 주위의 사람들 대부분은 졸업하기 전 한번쯤 이런 고민들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학사학위보다는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까?' 와 같은 생각이나, '작지만 저기서 3년 정도 버티면, 다른 길이 생기겠지.' 와 같은 안일한 생각들.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직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던 태평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 눈앞에 다가오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적어도 부모님이 한번이라도 들어봤던 기업들에 면접 한번은 봐야 하지 않겠냐"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은 없었기에 변명거리를 만들거나, 회피할 만한 구실을 찾게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의 생각이라고는 고작 취직을 위한 대학원 진학, 또는 대기업 취직. 이 전부였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학원을 가고 싶기도 하지만,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싶기도 하다는 질문을 던진 어리석은 제자에게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을 가야지." 라고 말씀하시고,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오게 되면 학비를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을 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었는데, 이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공부에 대한 열의도 없었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더 할 생각도 없었다. 대학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위한 곳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졸업을 딱, 일년 앞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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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찔레] 책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사회경험이 전무한(그렇게 보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중심 내용을 저술한 교수 또한 경력을 보니 실무경험이 없는 학자이다.(정정 합니다. 스토리텔러인 김성민씨는 병특으로 3년간 근무했고, 조동성 교수님 또한 보스톤컨설팅, 걸프오일에서 실무경험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모여 쓴 책, 물론 옳은 말들로 가득하겠지만, 과연 현실에도 적용 될 수 있는 옳은 말들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장미 꽃과 찔레 꽃을 비교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통해 해답을 찾도록 만들어준다.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미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시작하여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의미하고, 장미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을 피운 상태로 몇 개월을 지속하는 찔레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인기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초기 진입장벽과 최후에 주어지는 보상이다. 초기 진입장벽이 의사나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원 이라는 직업은 장미꽃이 피었을 경우 의사, 변호사의 보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장미꽃 인생을 선택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 장미꽃 인생을 택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데, 그 수 많은 것 들 중 가장 별볼일 없는 노력을 들이는 것이 Lotto 이고, 이와 반대로 가장 큰 노력을 들이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Integrity 다.

사전적 의미 말고, 책에 사용된, 내가 이해한 뜻으로 정의하자면 Integrity 는 "충성도 또는 신뢰도" 이다.

Integrity 는 책에서 이직을 이야기 하기 위해 나온 단어인데, 책을 읽기 싫은 사람을 위해 간단히 설명 붙이자면 "보통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장은 유리할 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행동이 자신을 옭아 맬 때가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직하지 않고 한 곳에 쭉 머물러 있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연봉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추월 당한다." 라는 이야기 이다.

얼마 전 잡트렌드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가 넘는 사람들이 올 해 이직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담당하는 일의 만족도가 낮아져서 이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서가 그 뒤를 따랐다. 일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마 처음 시작 할 때 갖고 있던 열정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에 대한 내용을 내가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열정을 잃어버리는 걸까(by제임스) 라는 아주 가슴에 와 닿는 훌륭한 블로그 게시물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의 38%가 응답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신입시절엔 그렇다 치고, 직장생활 2,3년 차가 되어, 이제 자신의 능력 및 일 처리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할 즈음, 자신에 대한 회사의 대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의욕은 떨어지고,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일에 대한 열정은 이미 다 써버렸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이직이다. 책은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지만, 이직보다는 한 곳에 머물기를 권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난 저자와 생각이 비슷한데, 오래 전 읽은 도쿄타워(릴리프랭키) 라는 소설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날백수로 살 거라면 5년은 백수로 살아보라고. 그래야 백수가 어떤 지 알 수 있다고. 네가 백수로 5년도 버티지 못한다면 넌 날백수로의 소질도 없는 거다." 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백수든 뭐든, 뭘 하든지 최소 한가지로 몇 년은 경험하고, 그 때 가서 내 적성인지, 이곳이 진짜로 날 푸대접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IMF라는 힘든 시기가 지나고, 여기 저기에서 연봉제 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일년단위로 연봉을 계약하고, 능력에 따라서 연봉계약을 갱신하는 이 제도는 제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꽤 합리적인 제도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성과제일주의 사회에서는 Integrity 따위 아무 소용 없다. 아니 조금은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자신의 능력을 키워 연봉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간과하는 점이 있는데, 연봉제도를 도입한 회사들 모두가 정말 순수 그대로의 연봉제도를 도입한 것인지, 그 외 어떠한 규정을 추가했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성과, 능력 위주의 사회로 바뀐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인데, 정말 Integrity 가 전혀 소용 없을까? 정말 능력만 있다면 장미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아니다.

회사가 Integrity 를 말 할 때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럼 내가 능력이 없어지면 회사가 날 책임져 줄 것인가요?" 이는 현실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이다. 회사는 누구를 책임지고, 책임지지 않고 하지 않는다. 능력이나 가능성이 있다면 그 것을 사는 것이고, 능력이나 심지어 가능성조차 없어 보인다면 굳이 회사가 고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내가 받는 연봉만큼의 이익을 내주지 못한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 직원을 고용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물론 조직의 구성원 한 명이 회사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이는 자신이 받는 연봉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고, 그 정도 일 수도 있다. 훨씬 낮을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날 해고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법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당신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아놓은 말뚝처럼 한곳에 오래도록 남을 것인지, 떠돌아다니는 철새처럼 여기저기 잠깐씩 머물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이곳이 내 터전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정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가지 길이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선택을 하든지 아쉬움이 남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후회가 아니라, 과정의 충실함을 따지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평가는 선택이나 결과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직장에만 들어가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고민이 다 사라질 줄 알았어. 근데 이것도 어림없는 소리였지. 와보니까 이건 그야말로 '고생 끝, 진짜 고생 시작' 이야.

 장미와 찔레 p.145

진짜 고생이 시작된 지금, 이왕 고생하는 거,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자신이 선택한 과정에 충실히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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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책이 그렇게 재미있어?"

  권남희씨가 한줄한줄 옮기며 재미있어 죽으려 하는데, 지켜보던 딸이 하는 말.
이런 귀여운 딸의 말조차 가끔 무시하며 번역에 열중했던 옮긴이.

  번역소설은 아무리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 할지라도, 영 가슴에 닿지 않는다. 정서적 차이나 옮긴이의 주관이 들어간 것이 이유 가 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체 특유의 문체가 싫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소설의 국가별 선호도로 따지자면 제일 처음은 단연 국내소설이다. 오래전 "굉이부리말 아이들" 과 "아홉살 인생"이 준 감동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두 권중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처음으로 눈물을 안겨준 책이 바로 위 책이다. 국내소설을 제한다면 남는건 프랑스소설과 일본소설 정도.
  음악이나 책이나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가리지 않는 "잡식성격"의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콕 집어내지 못한다. 그만큼 남들에게 추천해 주기도 힘들고. 또 그 만큼 아는 것이 적다. 작가의 이름 이라던지, 그 작가의 스타일 이라던지. 잘 알지를 못한다. 왜? 닥치는대로 듣고, 읽고, 먹기때문에.

  책을 살 때 뭘 사야 할지 망설여 지기 때문에 우선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살핀다. 마음에 드는 제목, 또는 표지를 골라서 훑어보고 구입한다.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이제 그 책을 쓴 작가의 도서를 찾아본다. 대부분 마음에든다. 그리고 그 책에서 소개하는 책이나, 그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책을 살펴본다. 그리고 반복된다. 일상적인 도서의 구입사이클이다. 간혹 저 베스트셀러가 어떠한 상의 수상작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다다심부름집의 경우도 수상작의 범주에서 고른 보석같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나오키상을 매우 신뢰하는 편이다. 이 상은 내가 소설에서 찾는 첫번째 요소인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나오키상을 통해 오쿠다히데오를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오쿠다히데오의 정말 좋은책 4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책장에 꽃혀있는 책들을 스윽 살펴보면서 오늘밤은 무슨책을 괴롭혀볼까.. 고민하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검은색 표지. 거기다가 왠지, 지금 날 읽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제목.
  바로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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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키상 수상작중 뭘 살지 고민하던 중, "아 제목 참 공중그네스럽다." 라고 생각하여 구입하게 된 책. 아껴뒀다가 우울할 때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발견한 순간의 기분을 잠시 표현하자면 맛있는 반찬 다 먹고나서 "아.. 다먹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한조각. 이럴 때의 기분정도?
  왠지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하며, 내 가슴을 흔들었다. 가슴은 책에게 "나에게 어서 재미를 다오." 라고 외치고 있었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아..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다른 책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어쩐지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잠들기 싫은 새벽에 펼쳐든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볼 때까지 날 놔주지 않았다. 어금니에 달라붙은 호박엿처럼.

  다다와 교텐이라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둘다 가슴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숨기고 강한척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딱히 누가 생각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두명 이라는 생각에 몇몇 사람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스쳐 지나가긴 했다.
  전화를 받고있다보면, "이봐 그런것쯤은 당신이 하란말이야." 라는 말이 나올 의뢰들. 고객의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라는 규칙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쉽사리 지키지 못하는 주인공. 정반대의 성격과 모습을 가진 두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들. 자신의 시간을 2천엔에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

  각기 다른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이 책에는 사회의 주류보다는 비주류들이 삶을 살아간다. 그만큼 인간냄새가 나는 환경이다. 양아치, 몸을파는 여자들, 초등학생, 살해용의자의 단짝친구 여고생... 들의 삶을 그리며, "목숨도 아깝고 정의의 편도 아닌 다다는 그 사실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않기로 했다." 와 같은 너무나 보통인간적인 대사를 날린다.
  이라부박사와 마유미간호사 커플의 비정상적인 엽기행각과는 다른 다다와 교텐의 현실적인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은 재미가 아닌 훈훈함이었다. 에쿠니가오리나 요시모토바나나의 약간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감정보다는 차라리 이런 가벼운 진지함이 오히려 더 나은 듯 하다. 사람을 걷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 상당히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새벽을 깨우는 책을 읽어 기분이 상쾌하다.
 
자.. 이제 미우라 시온의 책을 찾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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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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