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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퇴근길, 가끔 새벽녘 컴퓨터앞, 아니면 그냥 가끔 산책길. 네가 날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른 가장 최근의 네 모습을, 조금 구체적으로 그려본다면. 

날 발견한 너는 상체만 약간 왼쪽으로 기울인 차렷 자세로 서 있었고, 무릎 살짝 아래까지 내려오는 초록색 천으로 만들어진 타이트한 치마를 입었어. 그리고 정말 편해보이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양말은 신지 않은 채로 225~230 사이즈로 보이는 분홍색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 날 바라보는 눈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입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 남자들 기준의 전형적인 마른몸이었고, 어깨 살짝 아래부분까지 내려오던 생머리는 묶었었는지 풀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네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내 팔을 두르고 조금 힘을 주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내 몸으로 착 감겨들어오는 네 몸. 물론 너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런 편안한 자세로 너와 함께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네 발가락을 보게된다. 양말을 신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데, 누가 삼선슬리퍼에 양말을 신겠느냐마는 양말을 신지 않았을 때의 너의 발가락은 너무 귀엽다. 삼선슬리퍼를 뚫을 기세로 돌출되어 있는, 가지런히 모아지지 않는 너의 발가락. 여기서 가장 최고는 그 모습을 나에게 들킨 것을 부끄러워 하며 발가락을 오므리는 네 모습이다.

이런, 전체적인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건 귀여움.

이런 네 모습이 가끔만 생각 난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매일 생각난다면 특별함이 사라져 버리니까, 가끔 이라는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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