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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버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맨 뒷자리에서 두 딸아이와 함께 잠들어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내리실 때가 되었는지 딸아이들 손을 잡고 뒤에서 걸어나오셨습니다. 이제 커브길을 돌아야 하는데 기사아저씨는 속도를 줄이시지 않으셨고, 결국 걸어나오던 아주머니는 조금 휘청거렸습니다.

그리고 벨을 누르시고는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아저씨 운전 좀 똑바로 하세요. 애들도 있고, 노인분들도 계시는데 왜이렇게 운전 을 험하게 하세요? 버스를 타면서 완전 멀미 하겠어요. 멀미."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차가 좀 험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도로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브도 많고, 방지턱도 많은데 버스를 종점에 가져다 놔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기사아저씨도 어쩔 수 없었겠지요.

아주머니가 저런 소리를 지르고 잠깐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기사아저씨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아주 천천히 운전 할게요."


잠깐 동안의 정적이 그 기사아저씨에겐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었겠지요. 한바탕 소리라도 지르고 싶으셨겠지만 자기에게 해될 것이 뻔한 행동을 하느니 참자. 아니면 얼마전 대학교 입학한 딸이 용돈 좀 달라고 하던 그 날이 생각 났을수도 있구요.

마이크로 들리는 저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씁쓸함이 전염되었는지 저 또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바로 뒤로 돌아서 조용히 아주머니께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리 버스가 심하게 움직여도 그렇지요. 넘어지신것도 아닌데, 이 많은 승객들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기사분께 무안을 주셔야 겠습니까. 조용히 앞에 가셔서 말씀하실 수 도 있으셨잖아요. 양손에 잡고있는 애들 손도 생각하셔야죠."


한번 소리를 지르시자 좀 화가 풀리셨는지 좀 낮아진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 하시더군요.


"저 아저씨는 무안을 좀 받아도 되요. 분명히 다른 승객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안한 걸거에요."


그리고는 바로 버스에서 내리셨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어떤 일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셨는 잘 모르겠지만, 그 한마디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버스가 너무 느리게 갔거든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중년남성이 여성에게 운전 똑바로 하라는 소리를 듣는 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여성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건 수년간 운전을 해오신 분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 아주머니가 내리시고 정말로 약 시속 40Km 정도로 운전을 하셨습니다. 종점까지 평상시라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35분이 넘게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10분 쯤 지나서 어떤 분이 버스에 오르시고, 언제쯤 도착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이 때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좀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저한테 운전 험하게 하신다고 하셔서요. 멀미가 나신데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제 앞에 앉아 계시던 백발의 할머니께서는 "누가 멀미를 한다 그래. 허허" 하시면서 버스 주위를 둘러보셨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승객이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거 같습니다.

이 일로 화 푸셨길 바라고, 부디 함께 있던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화는 안내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덕분에 고향집 가면서 좋은 풍경 구경 잘 하면서 갔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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