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0. 22:21 Day by day
얼룩
나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7살 체육관을 다닐 때의 기억이다. 체육관 재롱잔치에 참여하여 부모님, 친구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야 했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체육관을 빠졌었다. 결국 다음날 억지로 끌려간 체육관에선 선생님이 각목으로 내 배를 찌르며, 왜그러냐고 혼을 냈었다.
물론 이 기억 외에 밥솥 증기가 나오는 부분에 손바닥을 올렸다가 심하게 데이고 엄마에게 엄청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7살, 그러니까 체육관의 기억 이전 인지 이후 인지 알 수가 없으니 체육관의 기억이 처음이라고 믿는다.
일곱살 이전의 기억은 없으니 나의 온전한 삶은 일곱살부터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15년 쯤 뒤에 널 처음 만났고, 28년 째 되는 지금까지 너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억의 시작으로부터 1/3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너는 부모남매를 제외하고 나와 가장 긴 시간의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컵 안에 물이, 그 물이 그냥 물이라면 쏟아져도 마르길 기다리면 그만 이지만, 컵 안에 든 물이 물감 풀은 물이라면, 페인트 였다면 아무리 닦아내도 얼룩이 남기 마련이다. 나에게 투명한 물이었던 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진한 색으로 변해갔고, 그게 나의 마음에 쏟아져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않는 얼룩으로 남게 되었다.
넌 나에게 점점 더 진한 색이 되어 가고, 나도 너에게 조금씩 진한 색이 되어 간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에게 아주 진한 색이 되고, 그 색이 섞여서 마지막 말랐을 때 아주 예쁜 얼룩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