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3. 16:12 Deep

어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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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 컵에 2200원짜리 우유와 함께 샌드위치를 씹으며 글을 씁니다.
벌써 하루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은 이리도 한참 지났는데.
현실과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날씨와 계절을 핑계로 잠시 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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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화창한 날씨 속,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글을 씁니다.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once의 OST를 듣고 있으니,

감정을 토해내는 목소리에 울컥하는 감정과 불법이어서 미안한 감정이 섞여 올라옵니다. 둘 다 노래 때문입니다.

감정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턱수염 아저씨가 보고 습니다.

지금, 이 정류장에서 내려야겠습니다.



03.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달렸지만, 야속하게도 코앞에서 문이 닫힙니다.
닫힌 문을 보면서 뭘 그리 집착하는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가을을 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04.
지하철을 기다리며 노트에 글을 적습니다.
무릎을 책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는지 이 자세. 낯설지 않습니다.
스치는 생각을 잡기 위해서 구입한 노트는 글쓰기에 익숙하지 못한 주인을 만나서 벌써 표지가 많이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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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영화시작 20분 전. 또, 무릎을 책상으로 글을 씁니다.

악필주제에 이런 짓을 하려니, 글씨가 제 멋대로 움직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마치 다른 사람이 쓴 듯, 모양이 제각각 입니다.
아니, 옆자리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사람이 부러워 짜증부리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란 조명 아래서 광고소리를 들으며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것. 나쁘지 않습니다.


06.
영화가 끝나고 돌담에 앉아, 컴팩트 디카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씁니다.
쌀쌀한 날씨지만 그늘 없이 오랫동안 태양과 마주하니 조금은 덥다는 기분이 듭니다.
베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며 사이 좋게 콕을 주고받는 자매를 보고 있자니, 이 한가로운 기분이 진짜라고 느껴집니다.
베고 누울 누군가의 무릎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Miluju t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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