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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천재, 그리고 또, 천재 – 얼음나무 숲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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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단 책뿐만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다. 꼭 누군가에게 무엇을 추천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면, 그리고 책을 집어들었다면,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책을 덮지 않으면, 내일 아침 이불 속에서 분명 후회하게 될 텐데......' 라는 단지 예상이 아닌, 너무나도 확실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계속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별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재미다. 확실히 재미있다. 이 책은.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음악을 들을 때 헤비메탈을 듣지 않는 것처럼, 책을 볼 때 판타지를 읽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은 이라는 생소한 작가와 이 책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생각하면 내가 이 책의 책장을 펼치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신뢰하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던 탓 일거라.

마지막 장을 덮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감정 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과, 그 바옐의 뒤를 좇으며 피아노를 치는 또 다른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트리스탄.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아니다. '꽤' 정도의 부사로는 안되겠다.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또 '흥미롭다.' 정도의 형용사로도 안되겠다. 정말 "흥분된다."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말 흥분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피아노 숲" 이라는 만화가 있다. 이찌노세 카이 라는 천재가 등장하고, 그를 동경하는 수재 아마미야 슈헤이 라는 인물 둘이 등장한다. 슈헤이의 시기와 질투, 흠모와 동경은 마치 고요의 그것과 흡사하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버텨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사람에게는 천재와 경쟁하는 것이 자신의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그 결과는 참담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몇몇 천재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노력하는 천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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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천재 고요는 천재 바옐을 좇고 있었다. 아니 좇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쫓고 있었다. 쫓기는 바옐은 고요가 무서워서 더욱 무섭게 달려간다. 이 두 천재의 무서운 집념은 마치 끝을 모르는 마라톤 시합과 같다. 마라톤을 보고 있는 것은 지루하지만, 이 둘의 전쟁을 보는 것은 즐겁다.

부러웠다. 천재를 쫓을 수 있는 집념, 노력 그리고 재능이. 내가 내 분야의 천재를 만났더라면 난 과연 그를 알아볼 수나 있었을까. 이런 내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천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아니, 나는 비겁하게 경쟁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 당연하므로, 만약 만났다 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분명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구리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공평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자. 삶이 다 할 때까지 은수저의 색이 검게 변하지 않고, 본연의 색을 유지하는 것은 구리수저의 그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 될 테니까.

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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