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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번쯤은 부모님 손잡고 가봤을 만한 곳. 아이들이 가득하고, 김밥 도시락 싸 들고 소풍 온 커플들이 아이들 절반만큼 있는 곳. 7호선을 타고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 한 20년 전쯤인가 한번 가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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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더군요. 거의 끝물이라, 앙상한 가지만 남긴 녀석들도 꽤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을 꾸며줄 단풍들을 열심히 붙들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 단풍나무들을 지나니, 제 키의 4배는 되보이는 은행나무들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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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8배는 족해 되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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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많은 은행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커플들은 낙엽들을 모아서 하늘에 뿌리며 서로 즐겁게 사진을 찍는 만행까지 서슴없었습니다. 역시 커플은 뭔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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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서 한번 해봤습니다. 써보고 사진만 찍고 가도 된다는 친절한 잡화점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이런 사진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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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와 애정행각도 벌여봤습니다. 모두 커플에 대항하는 작은 반격이었지요.

한참 언덕을 올라가는데, 자꾸 주위에서 험한 말들이 들려왔습니다. 범인은 옆에 초등학생 무리였는데, 계속 "졸라" 더워, "졸라" 멀어. 등과 같은 단어선택을 하길래, 소심하게 "졸라가 뭐니 졸라가." 라는 작은 목소리로 꾸짖었어요. 잠깐 잠잠하더니, 나 들으란 듯이, 더욱 크고, 많이 "졸라체" 를 사용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한번 큰소리로 "졸라" 가 아니라, "많이" 라고 해야지! 라고 이야기를 했지요. 그런데 그 초등학생 무리 중 한명이 "많이" 가 아니라 "너무" 라고 다시 받아 치는 거예요.

순간 아, "너무" 가 더 잘 어울리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알 수 없는 자괴감이…

순간 꼬마야 혼자왔니? 라고 묻고 싶었어요.





뭐 어쨌든 창피함을 뒤로한 채 초등학생들을 따돌리고, 동물들 구경하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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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끼리는 뭐가 불만인지, 코를 계속 바위에 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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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잘 안 보이는데, 이 원숭이 엉덩이는 진짜 빨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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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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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간지는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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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생긴 멍한 곰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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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생겼어요. 마지막 놈이 힘이 제일 쎈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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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재규어 바로 옆 우리였는데, 둘이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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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가 털이 죄다 빠졌어요. 자신만 빠질 수 없다고 친구 털까지 부리로 뽑는 모습.


많이 걸어서 힘들었지만, 좀 재미있었어요.
그 초딩녀석만 아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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