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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면서 여러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개발자들과는 다르게, 내가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언어는 PHP 한가지 뿐이다. 물론 학부시절에 C언어를 배웠던지라 C계열의 언어를 읽을 수는 있고, 또 이를 사용하여 간단한 프로그램의 작성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업에서 사용될 정도는 아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대학시절 당시 우리 학과에는 소규모 동아리가 있었다. 지역상인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받아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돈을 받는 뭐 그런. 쉽게 말해 웹에이전시 소모임이었다. 그 당시 C언어로 레포트좀 한다고 여기 들어갔었는데, 사실 예비역 선배 몇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나마도 디자이너가 없어서 운영이 더이상 힘들 지경이었다. 그 때 나와 함께 들어간 친구가 디자인을 조금 할 줄 알아 다행이도 한학기를 더 운영할 수 있게 되었었다. 당시 홈페이지를 만들 때, 사용된 언어는 PHP였는데, 그 때 나에게 닥친 문제는 내가 PHP는 커녕 웹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웹은 처음이었다. input 태그의 값이 어떻게, textarea 안의 값이 어떻게 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쓰이는 것인지, 진짜 하나도 모르는 완벽한 초짜였다. POST, GET 의 개념도 모르던 그런 상태에서 선배가 따내온 일은 건강식품 쇼핑몰 이었다. 당시에 개발자가 3명 디자이너가 2명이었고, 개발기간은 두달이었다. 그 때 선배가 나에게 던져준 것은 직접 만든 게시판 소스였다.

그 것을 그대로 세번씩 쳐오라는 것이 과제였는데, 소스코드를 치다보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 그 선배의 지론이었다. 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난 코드를 쳤고, PHP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난 그 선배의 "코드를 치다보면 알게된다." 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인터넷을 찾아 물어가며 PHP를 공부했고, 공부하면서 쇼핑몰을 만들었다. 그리고 두달 뒤에는 제대로 납품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난 PHP 라는 언어를 전혀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웹개발 언어 라는 것 만으로 PHP를 무시해 왔었고, 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우습게 봐왔었다.


나는 고등학교때 일본어를 배웠었다. 이 일본어가 처음엔 쉽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외우면, 아니 심지어는 이것들을 외우지 않아도 처음 일본어는 쉽다(상대적으로).  그냥 듣기만 해도 저런 뜻인가? 라고 생각되는 단어들이 있고, 또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일본어의 잔재 때문인지 다른언어보다 비교적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일본어이다. 애니메이션을 봐도 그럭저럭 들리는 언어가 일본어이다. 그런데 이런 일본어는 조금만 깊이 배우고 들어가면 그 때부터 어려워진다. 히라가나를 알 때는 쉽던 일본어가 한자어가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또 어려워 진다. 정말 만만하지 않다. 

이 PHP는 마치 일본어 같다. 처음엔 마냥 쉽다. 그런데 점점 깊숙이 알고 나면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어려워진다. 얼마전 야후코리아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rasmus 와의 특강에서도 모르던 많은 것을 얻었었다. 

두달만에 PHP를 공부하고 만들었던 쇼핑몰 소스는 아직까지 집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잠들어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작성한 코드이지만, 그 일부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 쇼핑몰 이라는. 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 홈페이지를 우리는 아주 개판으로 만들어 놨다.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보안처리조차 하지 않고, 그냥 동작하니까 납품을 했다. 어떻게 보면 내 생에 첫 프로젝트인데, 그렇게 납품을 했다. "그 때는 몰랐으니까,"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어쩌면 그 때 받은 몇 백만원 앞에 부끄러웠던 작품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쇼핑몰 때문에 어떤 손해를 봤을지도 모르는 그 분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말이다. 

지금도 가끔 나태해지거나, 자극이 필요할 때, 오래전 작성했던 코드를 들여다 보면서 반성을 하고, 새로 마음을 가다 잡는다. 

다룰수 있는 언어라고는 PHP뿐인 나는 대학교 소모임때 처음 배웠던 기술과 그때 작성했던 코드를 자극제로 하여 지금 난 먹고살고 있다. 


야후코리아 개발자 블로그 에서 이벤트 중(http://ydnkrblog.com/blog/?p=247)입니다. 참여자가 적으니 한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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