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7.14 모방범과 낙원 2
  2. 2008.02.29 몇 번째 인생의 전환점 - 장미와 찔레 13

2008. 7. 14. 15:56 Review/Book

모방범과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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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뭔가를 쓰려고 Live Writer 를 켰는데, "게시물 제목 입력" 이라는 글을 보고 있으니 순간 멍해지면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조차 망설여 지게 된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사실 어떤 이유보다도 이 "기억나지 않음" 이라는 이유가 글쓰기를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아닐까.


모방범 2 상세보기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화차>, <이유>, <용은 잠들다>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 탄탄한 구성력과 날카로운 인간상의 표현력, 흡입력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한이나 물욕과는 무관한, '이유 없는 범죄'를 다루고 있으며, 2002년 일본에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도쿄의 한 공원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이 발견된다. 핸드백의 주인은 삼 개월 전에 실종된 후루카와 마리코라는

1. 모방범 (1,2,3)

"모방범" 이라는 소설을 본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꽤 오래 흘렀지만 그래도 기억하는 한가지 감정이 있다. 대단했다. 잘짜여진 스토리에 숨돌릴 틈없이 이어지는 사건전개를 통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진짜 처음 페이지를 열기가 힘들다. 이 책의 분량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시작을 안하게 된다. 하지만 용기를 내 펼치고, 1600페이지를 넘기고 마지막 마침표를 본 뒤에 밀려오는 감정은 후련함 보다는 찝찝한 미련이었다. 분명 끝을 맺긴 했는데, 뭔가 허전한 이런 찝찝한 마음을 갖고 책을 덮었다.


그래도 대단한 책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난 언제나 뒤통수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었고, 읽는 도중에 느끼는 두근거림과 결말에 다다를 때의 짜릿한 쾌감을 위해 기꺼이 내 잠자는 시간을 포기할 수 있었다. 이런 내게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추리소설은 시시했다. 전혀 자극이 없었다. 이 미미여사의 모방범은 1/3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진범을 알려준다. 우리는 범인도 알고있고 거기다 트릭도 없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자극적이었다. 전혀 시시하지 않았다.

범인을 보여주고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1권을 읽고 나면 더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비슷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2권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로 평가하는 3권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진짜 내용이 펼쳐지는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모방범은 쉽지않은 소설이지만 절대 거부할 수 없다.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추천할 만 하다.



낙원. 1 상세보기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모방범> 이후 9년, 한 가족을 무너뜨린 비극이 시작된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낙원』제1권.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모방범>의 등장인물인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또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간의 이면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모방범' 사건으로부

2. 낙원 (1,2)

미미여사의 신간이 한글로 변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매하였다. "낙원" 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날 찝찝한 마음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소설, 모방범. 이건 그 9년 뒤의 이야기 이다. 모방범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재미있다. 요즘 부쩍 책읽는 시간이 줄었는데, 이 책은 어떻게 해서든 짬을 내서 읽었다. 사실 모방범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언급되긴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 아니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내심 모방범의 그 살인마가 저지르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때문에 모방범을 굳이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죽인 친딸을 16년간 마루밑에 묻어놓고 함께 살아온 가족에 대한 이야기. 이 가족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물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모방범 1권을 중간까지 읽었는데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안맞다고 생각된다면 1권 나머지부분과 2,3권 그리고 낙원 1,2권을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모방범을 끝까지 읽었다면 다른 책을 손에 잡지 말고 이 낙원을 읽기를 추천한다. 2500페이지도 그리 많은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는 쉽지않은 기회일테니까.


덧.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지적하는 미야베의 소설은 날카롭다. 하지만 소설이 연재되기 시작 할 때 즈음해서 일본에선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야베 미유키는 이 소설을 썼고, 이는 그 사건 관련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이 사실이 팬으로써 조금 안타깝게 생각된다.

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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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대학시절 사업 이라는 것을 해봤다. 경영과 회계, 개발 업무와 같은 일들을 보고, 또는 직접 해보고 나서야 얼마나 이것들이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비록 소규모에 커다란 매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폐업신고 하지 않고, 버텨왔다는 것이 서로서로에게 대견했고, 뿌듯했다.

모든 대학생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대학원을 가야 할지, 작은 기업에 취업하여 경력을 쌓을 것인지, 아니면 취업재수를 하여 원하는 기업을 위해 노력을 할지.' 와 같은 중요해 보이지만 사소하게 결정되는 이런 고민들. 적어도 내 주위의 사람들 대부분은 졸업하기 전 한번쯤 이런 고민들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학사학위보다는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까?' 와 같은 생각이나, '작지만 저기서 3년 정도 버티면, 다른 길이 생기겠지.' 와 같은 안일한 생각들.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직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던 태평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 눈앞에 다가오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적어도 부모님이 한번이라도 들어봤던 기업들에 면접 한번은 봐야 하지 않겠냐"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은 없었기에 변명거리를 만들거나, 회피할 만한 구실을 찾게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의 생각이라고는 고작 취직을 위한 대학원 진학, 또는 대기업 취직. 이 전부였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학원을 가고 싶기도 하지만,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싶기도 하다는 질문을 던진 어리석은 제자에게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을 가야지." 라고 말씀하시고,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오게 되면 학비를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을 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었는데, 이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공부에 대한 열의도 없었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더 할 생각도 없었다. 대학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위한 곳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졸업을 딱, 일년 앞둔 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미와 찔레] 책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사회경험이 전무한(그렇게 보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중심 내용을 저술한 교수 또한 경력을 보니 실무경험이 없는 학자이다.(정정 합니다. 스토리텔러인 김성민씨는 병특으로 3년간 근무했고, 조동성 교수님 또한 보스톤컨설팅, 걸프오일에서 실무경험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모여 쓴 책, 물론 옳은 말들로 가득하겠지만, 과연 현실에도 적용 될 수 있는 옳은 말들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장미 꽃과 찔레 꽃을 비교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통해 해답을 찾도록 만들어준다.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미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시작하여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의미하고, 장미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을 피운 상태로 몇 개월을 지속하는 찔레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인기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초기 진입장벽과 최후에 주어지는 보상이다. 초기 진입장벽이 의사나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원 이라는 직업은 장미꽃이 피었을 경우 의사, 변호사의 보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장미꽃 인생을 선택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 장미꽃 인생을 택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데, 그 수 많은 것 들 중 가장 별볼일 없는 노력을 들이는 것이 Lotto 이고, 이와 반대로 가장 큰 노력을 들이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Integrity 다.

사전적 의미 말고, 책에 사용된, 내가 이해한 뜻으로 정의하자면 Integrity 는 "충성도 또는 신뢰도" 이다.

Integrity 는 책에서 이직을 이야기 하기 위해 나온 단어인데, 책을 읽기 싫은 사람을 위해 간단히 설명 붙이자면 "보통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장은 유리할 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행동이 자신을 옭아 맬 때가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직하지 않고 한 곳에 쭉 머물러 있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연봉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추월 당한다." 라는 이야기 이다.

얼마 전 잡트렌드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가 넘는 사람들이 올 해 이직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담당하는 일의 만족도가 낮아져서 이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서가 그 뒤를 따랐다. 일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마 처음 시작 할 때 갖고 있던 열정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에 대한 내용을 내가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열정을 잃어버리는 걸까(by제임스) 라는 아주 가슴에 와 닿는 훌륭한 블로그 게시물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의 38%가 응답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신입시절엔 그렇다 치고, 직장생활 2,3년 차가 되어, 이제 자신의 능력 및 일 처리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할 즈음, 자신에 대한 회사의 대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의욕은 떨어지고,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일에 대한 열정은 이미 다 써버렸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이직이다. 책은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지만, 이직보다는 한 곳에 머물기를 권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난 저자와 생각이 비슷한데, 오래 전 읽은 도쿄타워(릴리프랭키) 라는 소설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날백수로 살 거라면 5년은 백수로 살아보라고. 그래야 백수가 어떤 지 알 수 있다고. 네가 백수로 5년도 버티지 못한다면 넌 날백수로의 소질도 없는 거다." 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백수든 뭐든, 뭘 하든지 최소 한가지로 몇 년은 경험하고, 그 때 가서 내 적성인지, 이곳이 진짜로 날 푸대접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IMF라는 힘든 시기가 지나고, 여기 저기에서 연봉제 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일년단위로 연봉을 계약하고, 능력에 따라서 연봉계약을 갱신하는 이 제도는 제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꽤 합리적인 제도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성과제일주의 사회에서는 Integrity 따위 아무 소용 없다. 아니 조금은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자신의 능력을 키워 연봉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간과하는 점이 있는데, 연봉제도를 도입한 회사들 모두가 정말 순수 그대로의 연봉제도를 도입한 것인지, 그 외 어떠한 규정을 추가했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성과, 능력 위주의 사회로 바뀐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인데, 정말 Integrity 가 전혀 소용 없을까? 정말 능력만 있다면 장미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아니다.

회사가 Integrity 를 말 할 때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럼 내가 능력이 없어지면 회사가 날 책임져 줄 것인가요?" 이는 현실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이다. 회사는 누구를 책임지고, 책임지지 않고 하지 않는다. 능력이나 가능성이 있다면 그 것을 사는 것이고, 능력이나 심지어 가능성조차 없어 보인다면 굳이 회사가 고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내가 받는 연봉만큼의 이익을 내주지 못한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 직원을 고용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물론 조직의 구성원 한 명이 회사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이는 자신이 받는 연봉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고, 그 정도 일 수도 있다. 훨씬 낮을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날 해고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법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당신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아놓은 말뚝처럼 한곳에 오래도록 남을 것인지, 떠돌아다니는 철새처럼 여기저기 잠깐씩 머물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이곳이 내 터전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정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가지 길이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선택을 하든지 아쉬움이 남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후회가 아니라, 과정의 충실함을 따지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평가는 선택이나 결과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직장에만 들어가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고민이 다 사라질 줄 알았어. 근데 이것도 어림없는 소리였지. 와보니까 이건 그야말로 '고생 끝, 진짜 고생 시작' 이야.

 장미와 찔레 p.145

진짜 고생이 시작된 지금, 이왕 고생하는 거,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자신이 선택한 과정에 충실히 하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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