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8. 23:05 Review/Book

촌마게푸딩

728x90
촌마게푸딩.

Jin 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드라마인데, 아마 만화가 원작이었나 그랬을거다. 현대에서 의술을 배운 의사가 일본의 에도시대 (약 1800년대 후반)로 시간이동을 당해 거기서 벌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촌마게푸딩 역시 시간이동과 에도시대의 설정은 동일하다. 다만 무대가 되는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에도시대에 살던 사무라이가 현시대로 넘어와 벌어지는 일 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들은 열정, 에도시대, 시간이동 이런거 정말 좋아하는거 같다.)

내가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푸딩이나 양과자 같은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엔 조금 거북함이 있었는데, 작가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아닐까.

시간이동, 에도시대, 사무라이를 빼면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싱글맘은 힘들다. 하지만 애를 돌봐줄 사람만 있다면 싱글맘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애를 잘 키우고 싶다면 일로서의 성공은 포기해라. 애 잘키우는게 성공하는거 아니겠느냐?

작가 나름대로도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겠지만, 좀 말하고자 하는게 뒤섞이지 않았는가 한다. 물론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볼 책은 아니다. 즐기기엔 충분히 재미있다.

책을 읽자마자 영화를 봤는데, 10분 보다 꺼버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또 뻔히 보여주는거 같아서 그랬던것 같다. 일본에는 2 권도 나왔다고 하는데, 1 권의 마무리를 생각해보면 2권은 1권의 인기에 힘입어 억지로 써진게 아닐까 생각된다. 1 권에서의 마무리를 2 권 에서 어떻게 연결시킬지 궁금하다. 너무 억지 설정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Posted by onionmen
728x90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드니 로베르,베로니카 자라쇼비치 인터뷰/레미 말랭그레 삽화/강주헌 역
- 시대의창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보려고 가져간 책. 촘스키가 쓴 책이 아니고, 촘스키를 인터뷰 한 내용의 책이다. 촘스키는 이름만 들어봤지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이 사람을 단지 언어학자로만 알고 있다면, 그의 다른 모습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10년정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의 시각은 지금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가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뭘 하고 있는걸까.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 조동섭 역
- 밝은세상

하고싶은 것을 할 시간은 있지만 그걸 할 돈이 없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하고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이 딜레마를 극복한 남자가 있다. 먹고 살만한 고정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하고싶었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남자. 물론 그 남자가 여기까지 떠밀리기 위해서 생긴 불행한 일들을 너무 많이가지 친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의 중반까지만 본다면 어쨌든 이 사람은 완벽한 자유를 얻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끝을 보기 전엔 덮을 수 없다고 하여 차마 읽기 꺼려졌던 책. 과장된 말은 아니었다.

우리는 하고싶은 일에 대한 갈망을 하지만, 정작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에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 그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촌마게 푸딩
- 아라키 겐 저/오유리 역
- 좋은세상

Jin 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드라마인데, 아마 만화가 원작이었나 그랬을거다. 현대에서 의술을 배운 의사가 일본의 에도시대 (약 1800년대 후반)로 시간이동을 당해 거기서 벌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촌마게푸딩 역시 시간이동과 에도시대의 설정은 동일하다. 다만 무대가 되는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에도시대에 살던 사무라이가 현시대로 넘어와 벌어지는 일 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들은 열정, 에도시대, 시간이동 이런거 정말 좋아하는거 같다.)

내가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푸딩이나 양과자 같은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엔 조금 거북함이 있었는데, 작가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아닐까.

더보기 
Posted by onionmen
728x90
1983년도 2월생과 3월 생에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 그 이상의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빠른" 이라는 개념이 그것인데, 한달로 생기는 이 빠른이라는 차이가 결정짓는 인생의 요소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2월생과 3월생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1월 2월에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혜택" 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이 있고 또, 4월생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노력(?) 으로 한학년 일찍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음력을 이용해서 말이다.

'일년을 이익보자.' 라는 생각이 우리의 부모님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웃라이어(OUTLIERS)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09년)
상세보기

말콤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 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프로하키선수가 되려거든 1월달에 태어나라." (사실 정확히 이런 이야기를 한것은 아니지만 요약하자면 말이다.)

10살의 아이를 놓고 신체적 비교를 해보면 같은해 1월생은 12월생보다 신체적으로 발달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프로 하키선수들의 생일들을 모두 찾아 비교해보고, 그 지역의 주니어 하키선수들의 생일을 찾아 표로 만들어 제시했다.

이는 비단 하키선수들의 체력비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서 "아웃라이어" 에 따르면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의 성적이 하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의 그것보다 최대 12%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고 한다.

이 학업성취도와 관련한 내용은 유치원시기부터 밀접한 연관성을 맺는데 몇 개월 앞서 태어난 아이는 좀 더 듣고, 좀 더 보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좀 더 많기 때문에 익숙함에 있어서 뒤늦게 태어난 아이들을 앞선다. 여기서 교사들은 익숙해서 잘 하는 것과 정말 똑똑해서 잘 하는 것을 혼동하게 되는데,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는 잘하는 아이를 좀 더 똑똑하고, 우수한 아이로 평가한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교육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고, 이는 곧 우열반으로 가려져 잘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이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진다.이는 피그말리온 효과와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볼수 있다.

"아웃라이어" 에서는  "있는자는 더 풍족하게 되고, 없는자는 더 빼앗기리라." 라고 이야기 하고 이를 마태복음 효과라  이야기 한다.

다시 1983년도 2월생과 3월생의 차이로 돌아가보자. 학업성취능력 또한 인생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정말 큰 차이 중 하나가 대한민국에 있다. 바로 대학진학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응시해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시험이다. 실제로 83년도에 태어난 학생들이 응시한 01년도(02학번)의 시험과 83년 빠른 학생들이 응시한 00년도(01학번)의 시험의 난이도 차이는 실제로 엄청났다. (참고자료 링크)

01년도와 02년도 모두 난이도 조절이 실패한 대표적 수능으로 꼽고 있는데 그 이유가 01년도는 너무 쉬워서, 02년도는 너무 어려워서이니 그 사이의 공백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02년도 수능 응시자들은 생각보다 낮게 나온 점수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대학교에 하양지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이 쉽고 어렵고의 차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상위 20% 하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60%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시험 난이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로, 시험이 어려울 경우 조금 유리하고, 시험이 쉬울 경우엔 조금 불리하다. 이 중간 계층들은 대부분이 실수가 잦고, 광범위한 범위와 기본 개념이 약하다. 때문에 차라리 어려운 편이 상위권 학생들과 조금이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때문에 01년도 수능 응시생들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손해를 보았고, 02년도의 수능 응시생들은 01년도에 비해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이득을 보았다.

01년도에 수능시험에 응시한 학생들 중 빠른 83년도 생이 있다면, 이 학생들은 환경조건 때문에 60%의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빠른" 이 아닌 정상적인 계단을 밟아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같은해의 후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서 여러가지 면에서 좀 더 혜택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여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빠른" 아이들은 과연 일년을 이득 본 것이었을까?

"아웃라이어" 에서는 이와 같은 마태복음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환경에 영향을 받아 천재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 반대로 천재이면서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마태복음효과가 궁금하고, 두 천재의 전혀 다른 길이 궁금하고,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따위가 궁금하다면 한번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책을 읽기 시직하는 것이 당신 성공의 시작일지 혹시 모르겠다.

'Review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촘스키, 빅픽처, 촌마게푸딩  (0) 2012.01.04
평범한 69%를 제외한 나머지 – 31% 인간형  (0) 2011.03.16
새로나온 달 이야기 - 1Q84  (0) 2009.10.26
최근 구입한 책 중 몇가지.  (0) 2009.08.31
도가니  (0) 2009.08.24
Posted by onionmen
728x90
오늘 핸드폰을 새로 샀다. 이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은 그냥 두고, 새로 핸드폰을 개통했다. 이전에 사용하던 것을 어서 해지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번호를 알려주고, 이제 바뀐 번호로 연락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필요한 정보를 받아야 하는 곳들에 등록된 번호를 바꾸고, 이제 드디어 해지를 하려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쉽지가 않다. 바뀐 내 번호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상실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11日 ~ 12日
러니까, 4月 부터 6月 까지는 판타지적이다. 비록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이지만,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IQ84의 첫인상은 드라마적이다. IQ가 84인 아이들이 모여 인생의 승리를 거머쥐는 스토리... 하지만 이게 아니다. 제목부터가 "아이큐 84" 가 아닌, "일Q84" 이다. 이 암호문 스러운 제목을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1984"는 일본어로 "이찌 큐 하찌 시(욘)" 으로 읽는다. 한국어로는 "일구팔사".
9는 "큐" 또는 "구" 이다. 물론 책 속에서 Q는 Question 의 Q 로 정의하지만, 그 전. 그러니까 책을 펼치기 전에는 이 언어적 해학에서 독자들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일큐팔사" 가 아닌 "천큐백팔십사" 로 읽을 때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 여기서 단어의 말미에 "년" 까지 붙이면 제목이 뜻하는 바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순전히, 처음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여 책장을 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제목이 뜻하는 바는 너무 쉽게 밝혀졌고. 그리고나서는  더이상 제목의 궁금증 때문이 아닌,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여 책을 읽어나갔다.

제목이 "현실이 아닌 세계를 뜻한다는 것" 을 알게 되고 나서는 걱정부터 앞섰다. '설마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은 아니겠지.'


14 ~ 16
당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반정도 밖에 읽지 못했을 즈음, 백년 단위가 바뀌는 시간여행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런 안도감은 두툼한 덴고를 보며 아오마메가 느꼈을 그런 안도감과 비슷할 수 있을까.




1Q84.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18 ~ 20

- 달
하늘에 떠있든, 대낮에 떠있든, 달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붉은달, 여러개의 달, 사라진 달, 보름달, 새벽달, 달님이야기 등. 

- 모호함
7月 부터 9月 까지는 모호하다. 여러가지 면에서. 
그러니까 다시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너무 모호하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의문점들을 남겨놓고 끝맺음을 해버린다. 심지어는 조연급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도 해주지 않고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 일도 있다. 보통 같았으면 짜임새 없는 이야기를 탓 했겠지만, 그래도 이건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점점 마지막 장에 가까워 지면서, '아 설마 답도 주지 않고 이대로 끝나버리는건가.' 라는 생각을 다섯번 했는지 여섯번 했는지 그 때. 어이없이 끝나버렸다. 

이런 모호한 면을 더욱 부각시켜 주는 것은,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틀피플" 과 "공기번데기" 이다. 
알기쉬운 단어끼리 엮어서 생소한 하나의 단어를 만들었다. '언젠가 이것들의 답을 알려주겠지.' 라며 별 생각없이 읽다가 별다른 답이 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 균형
은, 균형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세상은 균형이 맞기 때문에 돌아가고 있고, 때문에 1984년이든 1Q84년이든 어떻든 균형이 맞아야 한다. 아오마메가 깨뜨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덴고가 들어왔다. 하늘에 하나뿐인 달에게도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두개의 달을 올려 놓았다. 


또 하나의 달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설은, 달빛을 맞으며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Posted by onionmen
728x90

함부로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단 책뿐만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다. 꼭 누군가에게 무엇을 추천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면, 그리고 책을 집어들었다면,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책을 덮지 않으면, 내일 아침 이불 속에서 분명 후회하게 될 텐데......' 라는 단지 예상이 아닌, 너무나도 확실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계속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별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재미다. 확실히 재미있다. 이 책은.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음악을 들을 때 헤비메탈을 듣지 않는 것처럼, 책을 볼 때 판타지를 읽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은 이라는 생소한 작가와 이 책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생각하면 내가 이 책의 책장을 펼치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신뢰하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던 탓 일거라.

마지막 장을 덮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감정 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과, 그 바옐의 뒤를 좇으며 피아노를 치는 또 다른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트리스탄.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아니다. '꽤' 정도의 부사로는 안되겠다.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또 '흥미롭다.' 정도의 형용사로도 안되겠다. 정말 "흥분된다." 적절하지 못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말 흥분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피아노 숲" 이라는 만화가 있다. 이찌노세 카이 라는 천재가 등장하고, 그를 동경하는 수재 아마미야 슈헤이 라는 인물 둘이 등장한다. 슈헤이의 시기와 질투, 흠모와 동경은 마치 고요의 그것과 흡사하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버텨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사람에게는 천재와 경쟁하는 것이 자신의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그 결과는 참담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몇몇 천재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노력하는 천재이기 때문이다.


얼음나무 상세보기


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천재 고요는 천재 바옐을 좇고 있었다. 아니 좇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쫓고 있었다. 쫓기는 바옐은 고요가 무서워서 더욱 무섭게 달려간다. 이 두 천재의 무서운 집념은 마치 끝을 모르는 마라톤 시합과 같다. 마라톤을 보고 있는 것은 지루하지만, 이 둘의 전쟁을 보는 것은 즐겁다.

부러웠다. 천재를 쫓을 수 있는 집념, 노력 그리고 재능이. 내가 내 분야의 천재를 만났더라면 난 과연 그를 알아볼 수나 있었을까. 이런 내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천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아니, 나는 비겁하게 경쟁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 당연하므로, 만약 만났다 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분명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구리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공평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자. 삶이 다 할 때까지 은수저의 색이 검게 변하지 않고, 본연의 색을 유지하는 것은 구리수저의 그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 될 테니까.

Posted by onionmen
728x90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백색의 출렁임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눈이 멀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주변인들에게 전염되었다. 이 연쇄적인 반응은 매우 빨랐고, 오래 지속되었다. 급기야 국가에서는 눈이 멀게된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가두었고, 이들이 나올수 없도록 군부대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살 방법을 찾았고, 그러지 못한 자들은 죽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정신병원을 빠져나오게 되었으나, 세상은 모두 눈 멀어 있었다.단 한사람만 제외하고. 그리고 이야기가 계속된다.

완전한 흑색의 어둠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어둠속의 대a화를 경험하고 일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두근거린다. 청각과 촉감만을 의지한채로 앞을 나아갔다. 난간을 잡고 걷지 않으면 한발 내딛기도 힘들었던 상황. 눈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단지 소리에 의존해서 앞을 나아가야 했다. 그 때 느낄 수 있었던 타인의 감촉,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사회관념을 느슨하게 만들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여기에는, 백색의 어둠을 경험한 이름없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도우미 없이, 난간없이, 밧줄 없이는 한발 떼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이 상황이 영원할 거라는 절망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2년)
상세보기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읽고싶은 책들은 많이 있지만, 그런 책들이 내 손에 들어오는건 매우 흔치않은 일이다. 우선 이 책은 읽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우선은 두꺼운 양이 그 첫째 이유였고, 읽기 어려운 문단구성이 그 둘째 이유였다. 구입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고이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은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이었다.

일주일 동안 피곤했다. '오늘은 꼭 12시에 잠을 자야지.' 라는 다짐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졌고, 지금 안자면 출근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때 어쩔수 없이 책을 덮었다.

이 책은 약간 흥미있다가, 적당히 야해지고, 마지막엔  매우 참기 힘들어진다. 참고로, 참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야한것" 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






덧. 어둠속의 대화는 정말 인상깊었던 전시이다. 2만원이라는 입장료가 부담되었던 것은 단지 표를 구매할 때 뿐이었다(그나마도 내가 구매한것도 아니지만). 작년 두번의 전시를 성공리에 마치고, 올해 3번째 전시를 진행하였지만, 내년까지 예정되었던 전시가 8월30일을 끝으로 조기종영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3차 전시가 진행중이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한번 더 다녀왔을텐데. 언젠가 독일이나 일본에 나갈일이 생긴다면 꼭 상설전시장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Posted by onionmen
728x90

이 글은 일본영화 녹차의 맛(味, The Taste Of Tea, 2004) 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기 싫다 하시는 분들 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기 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철봉 이라는 놀이기구, 또는 운동기구를 접한 때가. 1990년? 1989년? 이 시절 시골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논바닥을 뛰놀며 분유통을 빙빙돌리는 쥐불놀이, 그 시절 우리들이 축구라고 부르던 바람 빠진 공으로 하는 공놀이가 전부였다. 간혹 넙적한 돌멩이들을 모아서 비석치기 라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재미난 놀이도 즐기곤 했다. 이런 것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즐겨야 흥이 나는 놀이었고, 놀 친구가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근처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 이 때였던 것 같다. 내가 철봉 오르기에 성공했던 때가.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기차로 갈아탄 뒤에야 갈 수 있는 집. 이런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재미있게 우려냈다. 평범한 시골마을에 사는 평범한 가족은 저마다 나름대로 방식으로 살아간다.

한창 사춘기인 아들은 사춘기학생 답게 여자문제로 고민하고, 어린 막내딸은 커다란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가정주부인 엄마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평범함과 별로 평범하지 않음이 섞여서 단순함 속에 재미를 만들어 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가하다.


사춘기 아들 하지메는 너무나 평범하다. 아니, 이 영화 속 에서 그나마 제일 평범하다.

말 한마디 못해본 짝사랑 여학생이 전학을 가는데, 뭐라 한마디 말도 못하는 이 소심함. 그리고 어차피 전학을 가지 않았어도, '말 한마디 안 했을 거다.' 라고 스스로 자신을 위로 하는 모습. 대다수의 중고생의 모습이다. 머리가 뚤리는 듯한 이런 상처를 받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이런 맹세가 어디 맹세인가. 새로 전학온 여학생 앞에서 금새 깨져 버리고 만다. 말 대신 우산 하나 던져준 것 만으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이 소년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라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모습을


귀여운 막내 동생 사치코. 말 못할 사치코의 고민은 바로 자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 문제는 노려보는 사치코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환상과 함께있는 사치코


삼촌에게 우연히 전해들은 환영없애기 방법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치코는 필사적이다. 그 방법이라 함은 바로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도 없이 연습한 끝에 거꾸로 오르기에 성공한 사치코는 무덤덤한 듯 보인다. 마치 자신이 뭘 한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무덤덤 한 듯 보이지만, 사치코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아니, 하늘을 날다 못해, 저기 우주 멀리까지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아무렇지 않게 한번 더 거꾸로 오르기를 성공시키고, 웃음이 사라졌던 사치코에게 드디어 웃음이 돌아온다. 이로써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러웠던 사치코는 드디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녹차의 맛 이라는 영화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는 바로 할아버지이다. 한없이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며, 엔카를 흥얼거리는 할아버지, 결국엔 야마송 이라는 밀리언셀러의 가.능.성.이 있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노래를 녹음해버린다. 이 영화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를 대라고 하면 단연코 야마송 신이다.

야마송이 주는 것은 단지 재미뿐이 아니다. 영화를 본 뒤에 다시 한번 이 야마송 화면을 보게 된다면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치매에 걸린듯한 할아버지는 단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즐겁게 살아오신만큼 가실 때도 별다른 고통 없이 가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애니북 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남기고.


많은 곳에 향긋한 재미가 숨어있다. 끝까지 보고 나면, 담백하고 깔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냥 잘 우려낸 녹차 한잔 마신 것 처럼.

Posted by onionmen
728x90
"엄마, 그 책이 그렇게 재미있어?"

  권남희씨가 한줄한줄 옮기며 재미있어 죽으려 하는데, 지켜보던 딸이 하는 말.
이런 귀여운 딸의 말조차 가끔 무시하며 번역에 열중했던 옮긴이.

  번역소설은 아무리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 할지라도, 영 가슴에 닿지 않는다. 정서적 차이나 옮긴이의 주관이 들어간 것이 이유 가 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체 특유의 문체가 싫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소설의 국가별 선호도로 따지자면 제일 처음은 단연 국내소설이다. 오래전 "굉이부리말 아이들" 과 "아홉살 인생"이 준 감동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두 권중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처음으로 눈물을 안겨준 책이 바로 위 책이다. 국내소설을 제한다면 남는건 프랑스소설과 일본소설 정도.
  음악이나 책이나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가리지 않는 "잡식성격"의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콕 집어내지 못한다. 그만큼 남들에게 추천해 주기도 힘들고. 또 그 만큼 아는 것이 적다. 작가의 이름 이라던지, 그 작가의 스타일 이라던지. 잘 알지를 못한다. 왜? 닥치는대로 듣고, 읽고, 먹기때문에.

  책을 살 때 뭘 사야 할지 망설여 지기 때문에 우선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살핀다. 마음에 드는 제목, 또는 표지를 골라서 훑어보고 구입한다.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이제 그 책을 쓴 작가의 도서를 찾아본다. 대부분 마음에든다. 그리고 그 책에서 소개하는 책이나, 그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책을 살펴본다. 그리고 반복된다. 일상적인 도서의 구입사이클이다. 간혹 저 베스트셀러가 어떠한 상의 수상작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다다심부름집의 경우도 수상작의 범주에서 고른 보석같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나오키상을 매우 신뢰하는 편이다. 이 상은 내가 소설에서 찾는 첫번째 요소인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나오키상을 통해 오쿠다히데오를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오쿠다히데오의 정말 좋은책 4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책장에 꽃혀있는 책들을 스윽 살펴보면서 오늘밤은 무슨책을 괴롭혀볼까.. 고민하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검은색 표지. 거기다가 왠지, 지금 날 읽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제목.
  바로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오키상 수상작중 뭘 살지 고민하던 중, "아 제목 참 공중그네스럽다." 라고 생각하여 구입하게 된 책. 아껴뒀다가 우울할 때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발견한 순간의 기분을 잠시 표현하자면 맛있는 반찬 다 먹고나서 "아.. 다먹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한조각. 이럴 때의 기분정도?
  왠지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하며, 내 가슴을 흔들었다. 가슴은 책에게 "나에게 어서 재미를 다오." 라고 외치고 있었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아..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다른 책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어쩐지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잠들기 싫은 새벽에 펼쳐든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볼 때까지 날 놔주지 않았다. 어금니에 달라붙은 호박엿처럼.

  다다와 교텐이라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둘다 가슴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숨기고 강한척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딱히 누가 생각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두명 이라는 생각에 몇몇 사람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스쳐 지나가긴 했다.
  전화를 받고있다보면, "이봐 그런것쯤은 당신이 하란말이야." 라는 말이 나올 의뢰들. 고객의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라는 규칙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쉽사리 지키지 못하는 주인공. 정반대의 성격과 모습을 가진 두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들. 자신의 시간을 2천엔에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

  각기 다른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이 책에는 사회의 주류보다는 비주류들이 삶을 살아간다. 그만큼 인간냄새가 나는 환경이다. 양아치, 몸을파는 여자들, 초등학생, 살해용의자의 단짝친구 여고생... 들의 삶을 그리며, "목숨도 아깝고 정의의 편도 아닌 다다는 그 사실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않기로 했다." 와 같은 너무나 보통인간적인 대사를 날린다.
  이라부박사와 마유미간호사 커플의 비정상적인 엽기행각과는 다른 다다와 교텐의 현실적인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은 재미가 아닌 훈훈함이었다. 에쿠니가오리나 요시모토바나나의 약간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감정보다는 차라리 이런 가벼운 진지함이 오히려 더 나은 듯 하다. 사람을 걷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 상당히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새벽을 깨우는 책을 읽어 기분이 상쾌하다.
 
자.. 이제 미우라 시온의 책을 찾아 떠나볼까?


TNC 2주년 기념 이벤트
Posted by onionmen
728x90
  • 본 포스팅의 본문은 영화를 안보신 분이 보시기엔 상당히 거슬릴만한 요소를 조금 담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그 분들 중에서 영화가 어떻게 전개 될지 미리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본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가는길이 조금 불편하지만 영화를 볼때면 자주 일산을 찾게된다. 극장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난 극장 선택 이유로 편안함을 첫번째로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의 크기라던지, 영화상영의 화면비, 음향시설 등을 따진다.(물론 이중에 접근성을 첫번째로 꼽는 분들이 제일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큰화면에 좋은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과 몇년 전에는 아무리 멀어도 코엑스 메가박스같은 곳을 찾아서 영화를 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첫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편안함이다.

일산CGV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느낀 것은 바로 앞뒤 좌석간의 거리가 굉장히 넓다는 것 이었다. 관람료를 내가 개인공간을 구입하는 것인데, 앞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또 뒷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화면크기나 사운드가 무슨 소용이랴.

CGV일산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좌석만이 아니다. 전관 3way klipsch Speaker 를 채용했고, 스타관의 경우 실링스피커까지 추가로 채용하여 스펙상으로는 주변 어느 극장에 뒤쳐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쇠소리나는 깨끗한 고음을 좋아하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 정확하게 들리는게 마음에 들었다. 또한 센터스피커가 안좋거나 셋팅이 잘못된 경우 한국영화의 경우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전혀 웅얼웅얼 거림 없이 들려오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캐리비안의 해적3 - 세상의 끝에서 의 168분이라는 긴러닝타임을 견디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었다. 이를 위해 23일 일산 CGV 스타관을 찾았다.

3부작 영화의 경우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중간에 끼인 2부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먼저번의 스토리를 수습하고, 정리하여 잘 마무리 짓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부는 저 쉽지 않은 일을 극복 해내지 못한 듯 싶다. 두시간반이 완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라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난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에 제대로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았다.

  • 옆자리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그러면서 여자친구에서 안겼다가 다시 제대로 앉았다가 하는 남자분.
  • 이런 남자분을 애인으로 둔 영화보는 내내 깔깔깔 거리며 큰소리로 웃어대던 여성분.
  • 내 앞에 쉴새없이 핸드폰을 바라보며 문자질을 하던 여고생.
  • 그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가 아픈듯 한시간 지난 후 부터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영화를 관람하던 여고생.
  • 내 옆라인에서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을 핑계로 좌석에 다리를 올려놓고 영화를 관람하던 어느 커플.
  • 그날따라 말썽인 내 오른쪽 렌즈.


내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비단 위 이유만은 아닌것 같다. 집중하지 못했던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 그 첫번째가 바로 장르의 모호성이다.
이 영화는 액션영화인가, 모험영화인가, 코미디영화인가?

어떤 영화라도 그것이 보이는 성격이 있고, 그 성격을 따라 장르를 매긴다.
꼭 이 영화는 이런 영화니까 이렇게 봐야해. 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끌고 가는 어떤 주된 성격하나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진지해지려하면,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유머가 튀어나오고,  또 좀 뭔가 하려 하면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만들려고 하고 말이다. 편집의 영향때문인가 전혀 유머가 녹아들어있지 않았다. 마치 도넛위에 툭 튀어나와있는 초컬릿덩어리처럼. 물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유머 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그 유머가 전작들과는 너무 다르게, 전혀 녹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머와 진지함 이라는 압박감이 감독을 얼마나 짖눌렀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1편 블랙펄의 저주와 2편 망자의 함은 기억하기로 짧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전혀 지루함 없이, 오히려 왜 벌써 끝나나..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이런 내 기억이 3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두번째로 등장인물들의 허무함을 들 수 있다.
"아니 그럼 저사람은 왜 나온거야?" 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뭔가 한가닥 해줄 줄 알았던 주윤발형님의 갑작스런 죽음은 더욱 날 당황케 만들었다. 물론 내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샤오펭(주윤발 극중이름)이 일찍 죽은 이유야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제대로 한것 하나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날 너무 허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의아했던 것이 바로 세계의 해적들이다. 이들의 의미는 단지 해적왕을 선출하기 위함인것인가? 플라잉 더치맨호와 블랙펄호의 싸움이 끝나고, 베켓의 배를 침몰시킨 후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들이 꼭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 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극중에 중요한 인물들로, 해상전에서 어느정도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내 마음을 허무함으로 채워준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 베켓경은 왜 공격을 받고도 왜 전투명령을 내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부분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식의 마무리는 관객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왜 베켓은 단지 짧은 말한마디(단지 사업일 뿐 이다라는)를 남기고 죽었는가.

  • 결정적으로 날 실망시킨 것은 해상전의 부재였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짤막한 해상전은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스펙터클한 해상전을 기대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단지 두척의 배가 전투의 전부인냥 보여주는 감독이 미웠다.

적어도 세계의 해적들과 함께 해상전을 펼친 후 백병전을 보여주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궁금한 부분
마지막 전투협상 때 바보사와 잭의 대화는 무슨 뜻일까? 내 비밀을 발설하면 네 비밀을 밝혀버리겠다. 라는 부분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영화가 끝나 이것 또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딱히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기대감이 컸던만큼 아쉬움도 많은 영화이다. 하지만 처음엔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준 말죽거리 잔혹사가 두번째 관람에서 기대하지 못한 재미를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것 같다.

아무래도 조만간 극장을 찾아 다시한번 영화를 봐야겠다. 다시한번 볼 때 느껴지는 감정이 처음과 같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전통적으로 캐리비안해적은 엔딩쿠키가 들어있다. 이번편은 상영시간만큼이나 엔딩크래딧도 길지만 쿠키가 나올때 까지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덧붙임. 편집본이 168분이고, 원래는 3시간이 넘는다고 하니, DVD무삭제판을 기대해보자.
덧붙임. 키이라 나이틀리 영어발음 너무 좋다. CSI:NY의 맥반장여자친구(닥터 페이튼)도 그렇고. 난 왜 영국발음에 이리도 열광하는가. 냐고 물으면 그저 웃지요.
Posted by onionmen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애인이 있습니다.
onionmen

달력

 « |  » 2024.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Yesterday
Today
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