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21 사랑해요. 경자씨 (4)
  2. 2009.02.15 화려한 즐거움. 그리고 느리게 걷자 (2)
1.
호칭은 정해져 있었다.
많은 시간은 엄마 였고, 가끔은 어머니 였다.

이런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사랑해요. 는 좀 너무 뜬금없고,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 어머니. 이런건 또 너무 식상해.

그렇다고 사랑해요 박경자 여사. 이건 우리 이쁜 엄마가 너무 나이들어 보이니,
조금은 버릇 없어 보여도 이렇게 선택했다.
사랑해요. 경자씨.

30년이 다 되가도록 편하게 쉬기는 커녕 매일매일 삶의 전투속에 있으면서 우리 엄마로 까지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쉬고, 엄마만 하라고 했는데도 도무지 듣지를 않는다.

돈 좀 더 많이 벌어서 한달에 이백만원씩 가져다 주면 우리 엄마만 하려나.

2.
예전에 수능시험이 끝나고 집에서 하릴없이 놀고 있을 때, 편지 한통을 받았다.
이제 곧 고등학교 졸업이니, 아쉬운 마음에 누가 고백이라도 하려나 보다. 라는 생각에 발신자를 봤다.
상대가 여자는 맞긴 한데, 아무래도 친구는 아니었다.
세상에. 엄마였다.

편지를 읽고 소리내서 엉엉 울었다.
방에서 엄마 껴안고 운적도 있는거 같다.

이게 벌써 팔년 전이다.

그 때는 되게 많이 슬픈거 같았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거 보면 참 별거 아니었나보다.
이담에 더 커서 자식 낳으면 이 얘기 해줘야 겠다. 수능 볼 때 즈음에.

3.
학교 졸업하고, 취직 못하고 놀고 있을 때 아빠가 멋쩍은듯 하며 십만원짜리 수표를 내밀었다.
안받는다 두어번 거절하고 받았다. 아빠도 참.
속으로 울면서 내방으로 들어왔다.
내 자신을 진지하게 원망했던건 아마 이때가 처음 아니었나 싶다.

4.
반지를 샀다.
원래 없었는지, 우리들 키우면서 너무 힘들어 어디 잠깐 맡겼는지, 아니면 있는데도 안끼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결혼반지를 보지 못했다.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어야 하는 손가락에 엄한 반지가 껴있는게 싫었다.
솔직히 슬펐다.

다 큰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부모 손가락을 아직까지 비워놓다니.
그래서 반지를 샀다. 내 돈 벌기 시작한지 일년만에 반지를 샀다. 몇 백만원 짜리 반지도 아닌데, 뭐 일년이나 걸렸는지, 속으로는 내가 밉지만 겉으로는 기쁘다.

누나 결혼식장에서 두분 손가락에 끼워진 똑같은 모양의 금반짝이가 있으면 그래도 멋지겠다 생각했다.
엄마나 아빠나 일하는데 방해되서 잘 끼지 않더라도 겉으로는 속상하지 말아야지.

5.
사랑해요. 경자씨 그리고 세상서 제일로 멋지고 잘생긴 우리 아빠. 오규환씨.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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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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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oelstyle.net BlogIcon Noel 2009.02.24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축하 드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

  2. Favicon of http://jangpan3.tistory.com BlogIcon 큐리어 2009.03.05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보기 좋아요~
    저도 한번 해봐야겠어요..ㅎㅎ 아직 사랑한단말 한번도 해본적 없는거 같아요..ㅜ

    • Favicon of http://onionmen.kr BlogIcon onionmen 2009.03.09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큐리어님 반갑습니다. ^^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는거 이거 정말 힘들지요.

      저도 얼굴보고는 잘 못하겠어요... ㅠㅠ ㅎㅎ

Canon | Canon DIGITAL IXUS i5 | Pattern | 1/4sec | F/2.8 | 0.00 EV | 6.4mm | Off Compulsory | 2009:01:17 23:01:57

화려한 즐거움.


즐겁고 신나게 웃어본건 꽤 오랜만이다.
이러한 기쁨의 크기는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의 크기에 비례하는듯 하다.

너무 걸어서 발 사이즈가 십미리는 커진듯 하지만, 마음 속에는 즐거움만 가득하다.

멀미가 나도록 버스를 타고, 신발을 벗지 못할 정도로 발이 붓게 돌아다녀도 즐겁기만 하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고마워.


느리게 걷자.

대학로에 사람이 많았다. 그게 많은건지, 아니면 원래 그정도의 사람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기준으로는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건 어렵지 않다. 가끔은 치이고, 가끔은 내가 치이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그래서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걸어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아도 크게 상관없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는 그렇게 치이고 치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게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걸음이 조금은 느려졌다. 이상한건, 걸음이 느려졌는데도, 심장은 그 때 와 다름없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느려진만큼 조급해질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신기하게도 난 웃음이 늘었고, 즐거움이 커졌고, 하루가 행복했다. 내가 느리게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했기 때문에 난 느려졌지만, 그만큼의 행복을 얻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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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ambshyun.onionmen.kr BlogIcon 셔니냥 2009.02.16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양파맨님.ㅎ그누군가는정말행복하겠어염^^

  2. 2009.02.16 15: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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