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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상으로는 늦은 봄인 어느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속에서 물김치가 생각났다. 아삭하게 깨물리는 열무 이파리와 시원해보이는 뽀얀 국물. 어제 저녁 먹었던 미지근한 물김치가 생각났다. '그게 조금만 더 차가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상상속에서나마 시원한 물김치를 한입 떠먹었다. 그리고는 마치 진짜로 먹은 듯 온 몸이 시원해졌다.

그러니까, 당신의 물김치는 너무 맛있다. 


"설마, 처음해본거야? 물김치."
"아니~ 이전에도 가끔 했었는데. 별로 안좋아 하잖아. 물김치."


'내가 물김치를 싫어했었나' 라는 의문이 들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축에 낀다. 여름날의 물김치는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에 떠먹는 아삭한 동치미도 좋아한다. 


잠깐 내린 소나기 때문이었는지, 그다지 덥지 않은 오늘 저녁도 당신의 물김치가 생각났다.


자, 이제 설거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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